“한국서 와인·위스키 안 살래요” 애주가들이 뿔난 이유? [푸드360]

영국 런던의 한 매장에 진열된 위스키들. 기사 내용과는 무관. [EPA]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저렇게 되면 국내에서 이제 안 삽니다.”

와인·위스키 등 수입주류 애호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음주 경고문’ 강화 방침 때문이다. 단순 불만을 넘어 이를 폐지해 달라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1월 9일부터 술병 전면에 ‘음주운전 금지’ 경고문구 또는 그림을 추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모든 주류는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문구나 그림을 전면 주상표 하단에 표시해야 한다. 경고 문구의 글자 크기는 기존보다 커진다. 눈에 띄도록 선명한 색상을 적용해야 한다.

수입주류의 경우 시행일 이전에 반출되거나 수입신고한 경우에 한해 2027년 5월 8일까지 판매할 수 있다. 경고문구나 그림을 표기하지 않거나 잘못 표기하는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제조자 또는 수입판매업자에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방침은 수입주류 애호가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수집용·선물용 수입 주류도 예외가 아니어서다. 백화점에서 100만원대에 판매되는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 라벨에 경고문이 붙은 합성사진 등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류용기·주류광고 과음 경고문구 및 경고그림 가이드라인 [보건복지부 자료 캡처]


한 와인 커뮤니티에는 “와인이나 위스키는 소장가치가 있어서 사는 경우도 많은데, 저런 스티커가 붙으면 소장가치가 제로(0)가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회원 수 20만명의 한 위스키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는 ‘불필요하다’는 답변이 88%를 차지했다.

국회전자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일 해당 규제에 대한 강제 철회 및 재검토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심미성이 중시되는 위스키·와인 및 디자인 경쟁력이 필수적인 영세 전통주 산업에 있어 전면 라벨 훼손은 치명적”이라며 “한국 시장만을 위한 전용 라벨 제작은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필연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고 온전한 패키징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해외로 급격히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입주류업계도 규제 시행 시 추가적인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 수요와 병행수입 업체 난립 등으로 이미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라며 “경고문이 붙으면 국내에서 수입 제품을 사려는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벨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이다. 주류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한 수입주류 및 전통주 라벨 교체에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이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류 라벨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가 8곳에 달하면서 최근 5년간 관련 규정이 10번이나 바뀌었다”며 “매번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부담을 덜어줄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