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탕 치려는 것 아니냐” 흉기로 오른팔 자해 소동, 긴장감 감도는 잠실 [세상&]

투표용지 부족 항의 시위 오늘로 14일째
전날 자해 소동으로 시위대 경계심 커져
검경 합수본은 선거 관계자 불러 조사


18일 오전 7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1게이트 앞에 시위 구호가 적힌 우산이 놓여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윤승현·이준영 수습기자] 18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게이트마다 모기장과 텐트 안에서 밤을 보낸 참가자들이 하나둘 일어나 양치와 세수를 했고 태극기를 든 시민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같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현장에서 만난 시위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분탕을 치려는 사람이 있다”, “공권력 투입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번졌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전날 밤 이곳에서 발생한 자해 소동 영향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전일 오후 10시24분께 한 30대 한국인 남성이 “핸드볼경기장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흉기로 자신의 오른팔을 그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기동대가 흉기를 빼앗아 제압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고 경찰은 남성을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남성은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계속 입원 중인 탓에 아직 자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물 투약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사건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2-4게이트 인근에서 만난 김태영(31) 씨는 “서부지법 사태처럼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가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만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자해 사건 이후 서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2-1게이트 인근 벤치에 앉아 있던 이화성(66) 씨는 “(시위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섞이는 것 같다”며 “순수한 목소리가 왜곡되고 분탕질 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자해 사건도 본질을 흐리려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공권력이 투입될 빌미를 자꾸 만들려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20대 참가자 조모 씨도 “어제 사건은 분탕 치려는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들었다”며 “특정 목적을 가지고 현장에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위 참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사건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이어졌다. 채팅방에는 “혈흔에 비해 칼이 너무 깨끗하다”, “겁을 줘 올림픽공원에 못 오게 하려는 것 같다”, “지령을 받고 나쁜 인식을 심으려 돈을 받고 쇼를 한 것 아니냐”는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18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3게이트 인근에서 시원한 물, 모기 기피제 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 부스의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한편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이날 오후 선거 당일 서울 내 투표소 3곳에서 현장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9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이들로부터 선거 당일 상황을 확인한다. 특히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진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대응이 어떠했는지도 이들로부터 청취한다.

선거 사무에 투입된 공무원들 조사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선관위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더불어 지난주 중앙선관위, 서울시선관위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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