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수요 대비…원전 ‘확대 정책’ 본궤도 [이슈&뷰]

24년 만에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원전 2기는 영덕, SMR은 기장에
전력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 과제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부지가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확정됐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 부지가 결정된 것은 2002년 신한울 원전 이후 24년 만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관련기사 2면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현행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지을 후보지로 영덕군을 선정했다. 원전은 경제성을 고려해 통상 2기를 함께 짓는다.

작년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7년과 2038년 도입을 목표로 1.4GW(기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계획이 반영됐다. 0.7GW급 소형모듈원자로(SMR)를 2035∼2036년 도입을 목표로 건설하는 계획도 담겼다.

영덕에 들어설 대형 원전 2기는 각각 설비용량 1.4GW인 한국형 원전 APR1400으로 지어진다. 두 원전의 전체 설비용량은 2.8GW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전력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2.8GW는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을 300~350㎾h로 볼 때 약 600만~70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1년 연속 가동 시 서울시 전력 수요의 약 6개월치에 해당한다.

영덕이 후보지로 선정된 배경에는 기존 원전 예정지였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지역은 2012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2017년 탈원전 기조 속에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기존 인프라와 지역 수용성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11차 전기본에 설비 계획이 반영되는 단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던 신규 원전이 부지까지 확정되면서 공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수원은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을 약 13년 11개월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제 건설 기간은 이보다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SMR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이 선정된 것도 기존 원전 부지 활용에 따른 사업 효율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장군 후보지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과거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된 곳으로 ‘전원개발예정부지’로 행정절차를 마친 곳이다. 이미 원전이 운영 중인 곳으로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후보지가 확정되면서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에 대응한 공급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에서는 급증할 전력 수요에 맞춰 원전 수십기를 더 짓자는 주장이 관련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로는 2050년 탄소 중립과 안정적 전력 공급이 모두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대한전기학회는 최근 공동 정책 제언에서 “올해 마련되는 12차 전기본에 대형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최대 4기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지 선정 이후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원전 생산 전력을 수요처로 전달할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해안권에 원전이 집중돼 있지만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은 주민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반도체 공장 등으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준위 방폐장도 미결 과제다. 올해 3월 시행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2050년 이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는 착수조차 되지 않았다. 민간 차원에선 지역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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