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없어지는데…투표용지 부족 수사 또 검경 합수본 [세상&]

검사 수사권 없앤다면서 필요할 땐 檢 찾아
“경찰에 수사 못 맡긴다” 못 미더운 눈초리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및 중앙지검 입구.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할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검경 합수본)가 17일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가 핵심인 검찰청 폐지를 석 달 남짓 앞둔 상황인데 검찰이 주도하는 구도의 합수본이 또 등장해 주목된다.

검경은 서울중앙지검에 27명(검찰 12명·경찰 15명) 규모의 합수본을 설치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에 나섰다. 김태훈 중앙지검 3차장이 본부장으로 합수본을 이끌고, 고태완 충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이 부본부장을 맡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 의혹은 4일 경찰이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맡아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선거일에 동원된 공무원, 용지가 없어 투표하지 못한 시민을 조사했다.

검경이 합수본을 꾸리면서 경찰의 이런 기초 수사 내용은 합수본으로 넘어간다. 12일 중앙·서울선관위, 지역 선관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합수본이 이어받아 분석한다.

“경찰 수사 못 믿느냐” 警 내부서 볼멘소리


합수본 출범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대형 사건 수사를 운영하는 방향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을 없앤다고 하면서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결국 검찰을 찾는다”며 “이런 기조라면 향후 보완수사권이나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일부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굳이 합수본을 꾸린 것은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며 “새 형사사법 체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씁쓸해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3대 특검(김건희·내란·채해병)에서 경찰 주도 수사팀이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경찰 단독 수사보다는 검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가는 방식이 더 안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합수본 구성이 경찰 수사 역량 부족 탓이 아닌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합수본은 이 사안을 엄정하게 보고 있고 진상규명 의지가 강력하다고 피력하는 정치인의 언어”라고 했다.

검사 수사권 곧 사라지는데…합수본 존치 여부도 물음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합수본 외에 검찰과 경찰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합동수사팀(작년 7월) ▷통일교·신천지 정교유착 합수본(올 1월) ▷마약범죄 합수본(작년 11월)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작년 12월) 등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향후 검찰청이 해체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쪼개진 이후에도 현재 진행 중인 검경 합수본 수사를 마치지 못한다면 합수본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검사의 수사 개시 박탈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검경 수사 협력 체계가 존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 시점까지 합수본 수사가 완료되지 않는다면 합수본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만약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수사 협의체로 운영할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 권한이 사라진다. 또 중수청과 공소청은 서로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중수청과 공소청 소속 직원들이 합수본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근무가 가능한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한편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 존치 여부를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중수청·공소청 출범이 예고된 오는 10월 직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남기지 않고 조사권만 부여하거나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복수의 안을 두고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