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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화합과 포용’을 슬로건으로 내건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국의 엄격한 입국 제한 조치로 적잖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축구 연맹은 멕시코 티후아나에 꾸려진 베이스캠프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 FIFA에 공식 항의할 뜻을 밝혔다.
이란은 미·중동 정세의 냉기류 속에 개막 직전 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박탈당하고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로 밀려났다. 현재 월드컵 역사상 전례 없는 ‘국경 출퇴근 잔혹사’를 겪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경기가 열리는 전날(MD-1)에만 입국을 허용하고, 경기가 끝나면 당일 밤 즉시 미국 땅을 떠나라는 통보다.
이란 축구 연맹은 오는 21일 벨기에전을 앞두고 현지 적응과 최종 훈련을 위해 경기 이틀 전 입국을 요청했으나 거정 당했다.
이에 이란 측 대변인은 “기술진의 계획 실행이 번번이 막히고 있다”며 FIFA에 공식 항의를 예고했다.
앞서 뉴질랜드전 당시에도 이란은 경기 종료 당일 밤 곧바로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야 했다. 백악관 FIFA 태스크포스의 앤드루 줄리아니 전무 이사는 “경기 전날에만 입국이 허용된다는 점을 사전에 알렸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제는 선수단 비자가 아니라 운영 인력 비자다. 멕시코에서 재신청한 이란 측 관계자 15명 중 단 4명만 승인을 받았고,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을 비롯한 6명은 모두 거부됐다.
같은 조의 이라크도 자유롭지 않았다. 40년 만의 본선 진출을 이끈 부주장 아이멘 후세인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동행한 대표팀 공식 사진기자는 끝내 입국이 거부돼 혼자 본국으로 돌아갔다.
비자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또 하나의 사건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신스틸러’로 떠오른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가 엮여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이민 정책 때문이다.
강호 스페인과 0-0 무승부를 이끌어낸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는 경기 후 “비자 발급 비용 문제로 어머니가 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카보베르데는 미국이 지정한 비자 초과체류 위험국에 포함돼 있어, 일반 국민이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최대 1만5000달러(약 2300만 원)의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 미 국무부가 월드컵 선수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보증금을 면제하는 방침을 세웠지만, 정작 보지냐 모친은 여권 갱신 문제 등이 겹쳐 비자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가 직접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고, 결국 모친은 우루과이전 일정에 맞춰 비자를 발급받아 마이애미에서 아들과 재회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 검문소의 칼날은 FIFA가 공인한 ‘심판’마저 비껴가지 않았다.
외교관 여권과 유효한 비자를 모두 소지하고 마이애미 공항에 입국하려던 소말리아 국적의 오마르 압둘카디르 아르탄 주심은 11시간 심문 끝에 입국을 거부당하고 곧바로 추방됐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신원 조회 문제로 입국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만 밝혔고, 이후 행정부 관계자는 그가 “테러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인물들과 연관됐다”고 설명했다. 소말리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한 여행제한 39개국에 포함돼 있다.
아프리카 올해의 심판(2025)이자 소말리아 출신 첫 월드컵 주심이 될 예정이었던 그는 귀국 후 수천 명의 환영 인파 속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FIFA는 그를 곧바로 심판 명단에서 제외하면서도 “비자 심사를 포함한 출입국 절차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최종 권한은 개최국 정부에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동시에 그에게 월드컵 심판 급여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피해는 선수단과 가족, 심판을 넘어 팬과 취재진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세네갈·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따라 단체 응원을 계획했던 양국 팬 대부분이 비자를 받지 못해 현장 응원단 구성 자체가 무산됐다.
세계체육기자연맹(AIPS)은 FIFA 공식 취재 승인을 받은 기자들조차 비자가 거부되거나 단수 비자 발급으로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이동 취재에 차질을 겪고 있다며 공식 항의했다. 아이티, 세네갈 등 본선 진출국 팬들의 관광 비자 심사가 1년 이상 밀리면서 수만 장의 티켓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