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가운데)이 이끄는 이란 협상단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위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의 리조트에 들어서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에서 열린 첫 고위급 종전 후속 회담을 마무리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전선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이 지난 14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실제 이행 단계로 옮기기 위한 첫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60일 내 최종 종전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종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2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1차 고위급 회담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우선 MOU 이행을 감독할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고 향후 60일 이내 최종 종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이는 정치적 차원의 이행 점검과 분쟁 조정을 담당하는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을 둘러싼 별도 관리 체계 구축이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사고와 오판을 방지하는 직접 연락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상시 소통 채널을 마련한 것이다.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별도 합의도 도출됐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 지원 아래 레바논 내 군사작전 종료 준수를 감독하는 ‘갈등완화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최근 종전 MOU 체결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협상 자체가 흔들렸던 만큼 레바논 전선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은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통항 메커니즘 구축에 합의했다며 이를 “중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산 원유 수출 허가와 동결자금 해제 문제도 논의됐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레바논 전쟁 종식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 마련됐다”며 “이란의 석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 면제와 해상 봉쇄 해제, 일부 동결자금 해제, 재건·개발 계획 가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당초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란이 연기를 요구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이란은 MOU 체결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있다며 레바논 전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MOU 13조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산 원유 수출 허용, 동결자금 해제 등이 최종 협상 개시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는 레바논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장관도 회담 직후 “첫 번째 실전 테스트는 레바논 갈등완화 기구”라고 언급하며 레바논 전선 안정 여부가 최종 종전협상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라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주 중재국이 동석하는 형태로 실무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무협상에서는 제재 완화 범위와 동결자금 해제 방식, 원유 수출 허용 절차, 재건기금 운영 구조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에서 “회담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향후 기술적 회담을 위한 메커니즘 구축을 포함해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레바논 현지 충돌이 재확산되거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행동이 격화될 경우 종전 로드맵 전체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담이 종전 협상의 출발점은 됐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정치·군사적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