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필요성…업계는 사업성 고민
야권 “실수요 외면한 공급 대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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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주택의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정부가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으로 제시한 ‘도심 블록형 주택’ 도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꺼내 든 카드였지만 제도적 기반과 실수요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향후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충돌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 2월 ‘신유형 도심주택 시뮬레이션’ 연구용역을 마치고 도심 블록형 주택 도입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재검토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 규모나 관련 제도가 많이 바뀌고 있어 다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아직 발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도심 블록형 주택은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중층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가로망과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단독주택과 대단지 아파트의 중간 형태인 중밀도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도심 내 신규 택지 확보 없이도 공급량을 늘리고, 전세시장 안정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 주택공급추진본부 출범식에서 도심 블록형 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하며 “이런 주택들의 공급 계획이 마련되고 추진되면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진애 국건위원장도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개월간 준비해 청와대에 보고를 마친 상태”라며 “결정이 내려지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에서는 서울 노원구 일대 30개 필지를 대상으로 55~65㎡ 규모의 주택 200세대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0층 안팎 규모로 건설할 경우 공사비는 200억~260억원, 분양수익은 460억~5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다만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용적률과 층수·채광 규제 완화 등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하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다가구주택은 3층 이하, 19가구 이하, 바닥 면적 합계 660㎡ 이하 등의 규모 제한을 받고 있다.
정부는 특례 적용과 법률 개정, 시행령 정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 주도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가로구역별 건축협정’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 수준에 따라 건축물 형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제도적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실수요자 선호와 공급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단지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블록형 주택은 사실상 다세대·빌라를 고급화한 형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러 필지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다 용적률 활용도가 아파트보다 낮아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토지주들이 참여를 꺼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정 지역에 블록형 주택이 들어설 경우 향후 대규모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어서다.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장기적인 도심 정비 계획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 선호도가 높은 주택 유형은 여전히 아파트인데 블록형 주택은 빌라에 더 가까운 모델”이라며 “구도심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할 경우 향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