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공급가 뉴노멀 제시한 SK…가격 투명화 바람 이끄나

SK에너지, 공급가격 결정 체계 개선 선언
사후정산에서 사전 고지·즉시 정산 전환
최장 한 달간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 할인
소비자 신뢰 회복 움직임 확산될지 주목
에너지 안보 강화 위해 체질 개선도 속도


서울 시내 한 SK주유소 직영점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대란과 고유가 국면 속에서 기름값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SK에너지가 지난 22일 업계 최초로 사후정산제 폐지와 주 단위 공급가 사전 고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가격정책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는 더디게 떨어지는 이른바 ‘로켓과 깃털 효과’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는데, 유통시장 안정화와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투명성 높인 ‘공급가 사전 고지’…깜깜이 셈법 깬다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는 국제유가 변동성을 이유로 석유제품 공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시장 가격을 반영해 정산하는 ‘사후정산 방식’을 유지해 왔다. 이는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의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상 공급 시점에 가격을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최근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공급가격을 사전 고지해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SK에너지는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 이후부터 유통망에 명확한 가격 결정 기준을 제시하는 새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주유소 등 유통고객의 매입가격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기 위한 조치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지표(MOPS)와 환율 등 주요 변동 요인을 바탕으로 주 단위 공급가격을 사전에 고지하고, 익월 정산되던 방식을 주간 단위 즉시 정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유소마다 각각 달랐던 거래조건도 표준화된다. 이를 통해 주유소는 매입 가격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판매 가격 역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체계 개편과 함께 당장의 민생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된다. SK에너지는 2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까지 최장 한 달 동안 전국 SK주유소에서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ℓ)당 50원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즉각 판매가를 낮추고, 자영주유소에는 동일한 인하 효과가 나타나도록 할인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물차, 배송 차량, 소형 트럭 등 생업에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영세 사업자들의 연료비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에너지는 고유가 상황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국 SK주유소 유통망 지원을 위해 매월 최대 200억원 규모의 ‘고유가 및 위기극복 지원금’ 지급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정면 돌파…중동 의존도 50%로 축소


SK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중동 정세 불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원유 수입처 확대와 다변화 설비 투자를 통해, 현재 약 70% 수준인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50%까지 대폭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입 지역과 원유 종류를 다각화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시장질서 확립 및 민생 안정, 에너지 안보 강화 등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고유가 국면에서 높아진 정유업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지난 4월 중동 전쟁을 계기로 국회에서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맺어진 정유사·주유소 간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 성격도 띤다.

업계에서는 이런 선제 조치가 가격 인하 효과뿐만 아니라, 정유업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가격 결정 구조 자체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유가 국면에서 정유업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가운데, 업계 전반의 가격 투명성 강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 움직임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김종화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는 ’책임 있는 에너지기업’으로서 공급가격 결정 구조 개선 및 국민 생활안정 지원, 원유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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