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비행기표에 식사까지…대포통장 꿀알바의 끝은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세상&]

대포통장 모집책 등 20명 검거
고수익 알바 미끼로 캄보디아 유인
도착 후엔 감금·폭행하며 통장 탈취
통장 1개당 1000만원 이상에 거래
경찰, 조직원 20명 검거·6명 구속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해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해외 피싱조직에 유통한 범죄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감금과 폭행도 일삼았다.[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출국장·개인장·법인장·코인장 구인해요’ ‘저희 직원이랑 호텔에서 지내시면 돼요’ ‘긴급 단가 맞춰드립니다’ ‘비행기 왕복 지원·식사 한식 지원’

해외 범죄조직의 불법 취업 알선 창구로 지목된 온라인 커뮤니티 ‘하데스 카페’와 텔레그램 등에는 이 같은 대포통장 명의자 모집 글이 버젓이 올라왔다. 여기서 ‘00장’은 명의자와 모집책을 칭하는 범죄조직의 은어다.

글을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은 범행의 대상이 됐다.

여권 사진을 보내면 항공권도 제공된다는 말에 혹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현지 시아누크빌 원구단지에 감금돼 2주에서 6주간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통장을 빼앗겼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해 통장을 확보한 뒤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조직원들과 국내 유인책 등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범죄단체조직, 국외이송유인, 감금 및 특수상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A(30) 씨 등 조직원 8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모집책 3명과 대포통장 명의자 9명도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대포통장 유통조직 조직도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총책 A(30) 씨는 지난해 7월께 캄보디아 프놈펜에 숙소와 차량 등 범행 기반을 마련한 뒤 ▷팀장 ▷중간관리책 ▷국내 유인책 ▷대포통장 명의자 모집책 ▷감시·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죄단체를 조직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 피싱조직에 대포통장을 유통하고 통장 1개당 1000만~2000만원의 대가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은 하부 조직원들에게 매월 200만~4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명의자를 모집할 경우 추가로 100만~200만원의 인센티브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은 범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포통장 명의자들에게 계좌 이체 한도를 최대한 높이도록 지시했다. 계좌당 1회 1억원 하루 최대 5억원까지 이체할 수 있도록 설정하도록 했다.

계좌가 압류되거나 지급정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통신비 등 연체료를 대신 내주고 계좌가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명의자가 직접 은행 상담원에게 전화해 해제를 요청하는 범행 시나리오까지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금된 피해자 B 씨의 경우 공항에서 시아누크빌로 가는 숙소와 이동 경로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는데 다른 명의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과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이 장면을 촬영해 조직원들에게 공유했다.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대포통장 유통조직, 국내 명의자 간 범행 구조도.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명의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조직원들을 차례로 검거했고 지난 5월에는 피해자들을 공항에서 숙소로 옮겨주던 속칭 ‘지게꾼’까지 검거했다.

경찰은 현재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조직원 2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명의에 계좌를 대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라며 “특히 고액 아르바이트나 고액 현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해외 출국을 유도한다면 대부분이 피싱 범죄 또는 자금세탁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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