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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변 |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텃새’가 있다.
새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듯 사람도 익숙한 공동체와 조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 상당수는 조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업무 능력과 별개로 “우리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중앙부처나 서울시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더라도 지역 주민과 조직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시 고위직을 마친 뒤 고향으로 내려가 군수에 도전했지만 지역 기반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지역 기반 없이 구청장 당선 후 재선 실패한 경우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철도청 8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국토교통부에서 공직을 마친 뒤 동작구청장에 당선됐다. 행정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지역 정치 기반과 당내 갈등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다른 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특히 구청장 재임시 일방적인 행정 리더 스타일을 보여 내부 공직자들이 상당히 힘들었다는 평가가 서울시 공직사회에 널리 퍼졌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동대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공직 생활을 국가정보원에서 보냈다. 구청장 취임 후 꽃의 도시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재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지역 기반을 계속 다진다면 향후 새로운 정치적 도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기반 탄탄…재선, 삼선 성공한 서울 구청장들
반면 서울시 행정 경험과 지역 기반을 함께 갖춘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를 통해 서울시에 들어와 서울시 행정국장과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등을 지낸 뒤 중랑구청장에 도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며 지역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 역시 서울시립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 재무국장과 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친 뒤 구청장에 당선됐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서울법대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총무과장과 행정과장, 홍보과장 등을 역임한 뒤 청와대 선입행정관, 행정안전부 대변인과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행정 전문가로, 이번 선거에서도 큰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전남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복지본부장, 광진구 부구청장, 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지낸 후 민선 8기에 이어 9기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유보화 성동구청장 당선자는 성동구청 부구청장을 4년한 지역 연고로 인해 구청장에 당선된 행운아다.
부구청장 출신이 구청장이 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원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과 꾸준히 소통하며 탄탄한 정치 기반을 구축했고, 나란히 3선 고지에 올랐다.
특히 4선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서울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현기 강남구청장 당선인은 최초 시의회 의장 출신 구청장이란 타이틀을 거뭐지게 됐다.
물론 선거 결과를 단순히 ‘텃새’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당 공천, 지역 현안, 후보 경쟁력, 선거 구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지방정치에서 지역과 함께 쌓아온 신뢰와 조직 기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지방자치는 행정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쌓고, 지역 조직과 호흡하며 신뢰를 축적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지방정치에서 가장 높은 벽은 화려한 경력보다도, 어쩌면 ‘지역의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