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아닌데 서울대 44명 합격 ‘대박’”…‘이것’ 사용 제한했더니 벌어진 일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취임 후 첫 교육정책으로 ‘폰프리 스쿨’을 제시한 가운데, 경기도 내에서 이미 학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해 학업 성과를 끌어올린 학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학교는 일방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폰프리 스쿨’ 정책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일반고 가운데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화성시 화성고는 대표적인 ‘폰프리 스쿨’ 사례다.

화성고는 올해 서울대 합격생 44명 가운데 37명이 고3 재학생일 정도로 뛰어난 입시 성과를 거뒀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는 약 20년 전부터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은 물론 취침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반납한다.

최승일 전 화성고 교장은 “학생들이 하루 중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인 취침 때도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한 것이 효과가 컸다고 본다”며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 시청으로 수면시간이 줄면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가 학업 성취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정착한 것은 아니었다.

최 전 교장은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정착할 때 생기는 반발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 박탈한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구성원들이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결국 자신에게 손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고, 오히려 학교가 학생들을 도와주려는 것이란 걸 잘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의 또 다른 학교인 삼괴고등학교 역시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통해 학업 성과를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올해 서울대 합격생 6명을 배출했으며 연세대와 고려대에도 각각 7~8명이 합격했다. 과거 한 해 서울대 합격자가 1~2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읍면지역 학교인 삼괴고는 약 8년 전 교내 스마트폰 무단 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공명현 삼괴고 교장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강제하지 않고 1∼2년 시간을 갖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방법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대토론회와 학생자치회 논의를 거쳐 휴대전화 사용 제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현재는 등교 후 휴대전화를 수거해 하교할 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른바 ‘깡통폰’ 제출 등 규정을 어긴 학생에 대해서는 담임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한다.

이 같은 운영 방식과 세부 규칙 역시 학교 구성원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마련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공 교장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니 수업은 물론 자율학습의 집중도가 올라갔다”며 “우연인지는 몰라도 시골에 있는 우리 학교의 대학 입시 결과가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안 당선인은 이러한 현장 사례와 학계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폰프리 스쿨’을 핵심 교육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1학기부터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수업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제한되고 있지만, 안 당선인은 수업 시간 외 학교생활에서도 휴대전화 사용과 소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책은 일괄적인 강제가 아니라 학교별 논의와 합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취임 이후에는 ‘폰프리 스쿨’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던 ‘불안세대’라는 책의 저자는 스마트폰이 뇌와 심리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뒤 스마트폰이 대마초보다 해롭다며 과도한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작가인 조너슨 하이트 교수를 경기도교육청이 초청하려고 한다. 저는 사회적 공론화를 촉발하는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제한 자체보다도 학교 구성원 간 충분한 협의와 공감대 형성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자율적인 합의를 통해 제도를 정착시킨 학교들이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 ‘폰프리 스쿨’ 역시 학교별 여건을 반영한 단계적 도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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