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평가 불이익 피하려 기록도 남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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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서울 소재 한 요양병원의 약물을 압수수색하는 장면. [종암경찰서 제공]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에게 의사의 처방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반복적으로 투약하고 관련 기록을 빠뜨린 병원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종암경찰서는 서울 소재 한 요양병원 병원장·야간당직의사·간호과장·수간호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20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입원 환자가 가져온 향정신성의약품과 사망 환자의 잔여 약물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반납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한 뒤 환자들에게 임의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환자가 잠을 자지 않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 없이 해당 약물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병동 수간호사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제공해 환자들에게 투약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관련 약물이 입원 환자들에게 지속해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병원장과 간호과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정신신경용제를 병동에 비치하고, 실제 투약 사실을 진료기록부와 간호기록 등에 남기지 않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이나 항정신성의약품(정신신경용제)를 많이 처방할수록 병원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방하고 기록을 남기면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약을 미리 병동에 비치해 놓고 기록에는 남기지 않은 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 환자가 잠을 자지 않거나 계속 소리를 지르면 다른 환자들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병원 측이 약물로 환자를 관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관리는 하면서도 평가상 불이익은 피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의료기관 내 향정신성의약품 불법 사용 첩보를 입수해 지난해 8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병원과 관련자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관계자 조사·진료기록 및 전산자료 분석 등을 통해 약 10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범행 전반을 규명했다. 관련자가 많고 의료진 조사 일정 조율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수사가 길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오훈 종암서장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환자의 행동을 통제할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