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항공유 불안에 존재감 커진 SAF…“친환경 넘어 에너지 안보”

IATA “SAF, 공급 안정성과 가격 안정성이 중요”
항공유값 급등·공급망 불안
폐식용유 원료 한계…대체연료 필요성 부각
바이오에탄올 기반 ATJ 대안 부상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주요 연사들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항공유 가격과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SAF는 항공산업의 탄소 감축 수단으로 주로 논의됐지만, 최근에는 항공유 공급 불안을 줄이는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는 SAF 시장 확대와 바이오에탄올 기반 항공유 생산기술의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행사는 주한미국대사관,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항공업계가 SAF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이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에너지 공급 위기 이후 항공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원유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50%가량 오른 데 비해 항공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항공유 시장은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항공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유시설이 줄어들면서 공급망 취약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주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료 공급망 담당 매니저는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에너지 공급 위기로 항공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항공유는 상당히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AF는 환경적인 영향도 있지만 그 이전에 중요한 것은 공급 안정성과 가격 안정성”이라며 “SAF가 공급 안정성과 가격 안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 개발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료 공급망 담당 매니저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항공유 쇼크에 커진 ‘연료 안보’


이런 흐름 속에서 SAF와 바이오연료 논의는 친환경 산업 육성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SAF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전 세계 SAF 생산량은 전체 항공유 소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격 부담도 크다. 유럽 시장에서 SAF 가격은 기존 항공유의 약 3배 수준으로 형성돼 있고, 혼합 의무화 이후 공급사를 통해 항공사에 전가되는 비용은 그보다 더 큰 4배 수준까지 거론됐다.

김 매니저는 “현재 SAF 시장은 아주 초기 단계”라며 “전체 항공유 소비에서 SAF 생산량은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아주 많이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에머슨 워헨버그 S&P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디렉터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폐식용유만으론 부족…원료 확보전 본격화


SAF 원료 확보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상용 SAF의 대부분은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 등 유지계 원료를 정제해 항공유로 바꾸는 HEFA 방식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폐식용유는 이미 바이오디젤 등 다른 산업에서도 사용되고 있어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 SAF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면 원료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바이오에탄올을 활용해 항공유를 생산하는 ATJ(알코올-항공유 전환)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ATJ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생산한 에탄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은 이미 대규모 바이오에탄올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폐식용유보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머슨 워헨버그 S&P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디렉터는 “바이오연료 정책은 에너지 안보와 농업 공급 과잉 대응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저탄소 연료와 탈탄소화 정책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농업 기반을 활용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정책을 키워 왔고, 최근 탄소 감축 정책이 더해지며 수송·항공·해운 분야로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린 하이트캠프 지보(Gevo) 부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에탄올 항공유, 공급 부족 메울 대안


에린 하이트캠프 지보(Gevo) 부사장도 ATJ 방식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지보는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으로, 바이오에탄올 기반 SAF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트캠프 부사장은 기존 폐식용유 기반 원료만으로는 향후 SAF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풍부한 원료와 기존 에탄올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ATJ가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캠프 부사장은 “항공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액체연료 외에는 탈탄소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예측되는 SAF 부족분을 채우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다수의 ATJ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교수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항공유 강국 한국, SAF는 새 시험대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유가 거의 나지 않지만 정제 능력과 석유화학 능력이 뛰어나다”며 “특히 항공유는 세계 수출 기준으로도 1~2위권에 있는 높은 수출 품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속가능항공유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상 교수는 한국이 SAF를 단순 수입하거나 기존 정유공정에 일부 바이오 원료를 투입하는 방식만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폐식용유 기반 HEFA 방식과 코프로세싱은 당장 접근하기 쉽지만 원료와 공정상 제약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 기반 ATJ 등 다양한 기술 경로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SAF 원료를 전량 수입하는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국내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에탄올을 생산하고, 이를 SAF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상 교수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에탄올이나 알코올을 전부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며 “점차적으로 에너지 안보 측면의 에탄올 확보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리 시퍼러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USGBC) 부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원료보다 중요한 ‘탄소집약도’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민간투자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SAF 생산설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장기 수요와 가격, 세제 지원, 혼합의무제 등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항공사가 장기 구매계약을 맺고 정유사가 설비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편을 대상으로 SAF 혼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와 항공사도 SAF 공급망 구축과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SAF 가격이 기존 항공유보다 높은 만큼, 비용 부담이 항공사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콰임 초두리 미국선급협회(ABS) 수석 엔지니어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 제공]


항공 넘어 해운까지…바이오연료 전략 확대


해운 분야에서도 바이오연료 도입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콰임 초두리 미국선급협회(ABS) 수석 엔지니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가 강화되면서 메탄올과 에탄올 등 알코올 기반 선박연료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엔진 업계가 메탄올 추진선 경험을 축적한 만큼, 에탄올 기반 선박연료도 향후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초두리 수석 엔지니어는 “해운산업은 이미 메탄올 연료를 사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에탄올 연료도 기술적으로는 쉽게 적용될 수 있고, 선주와 운영사가 선택한다면 산업계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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