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연준 독립성·우편투표 이어
‘취임날 약속’ 경제·이민정책 줄철퇴
트럼프 “美에 큰 불행, 입법으로 만회”
국정운영 타격…중간선거前 부담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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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출생시민권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EPA] |
미국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유지 판결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걸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것은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실상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한다는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것이 대법관 다수의 의견이었다. 여기에는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때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동의했다. 단, 캐버노 대법관은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 위헌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로버츠 대법원장과 배럿 대법관은 위헌이라는 판단까지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지난해 1월 2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강경 이민 정책을 예고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 주지사 등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연이어 위헌 판단이 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의 구두 변론에 직접 참석하기까지 하면서, 출생시민권 금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대법관 중 보수성향이 6, 진보 3으로 보수가 우위인 대법원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효로 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 이민 정책의 핵심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입법을 통해 출생시민권 금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한 만큼 의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나온 이후 트루스소셜에 “이는 우리나라에 큰 불행”이라며 “의회는 돈이 많이 들고 불공정한 출생 시민권을 끝내기 위한 작업을 오늘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과 위대한 나라 중국이 출생 시민권 문제에서 거둔 엄청난 승리를 축하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유층이 원정 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왔다고 비판해왔다.
대법원은 행정명령을 앞세워 강경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달아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지난 2월에는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관세는 세금인 만큼 부과 권한이 의회에 있고, IEEPA에는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에도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해임 무효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하고,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표로 집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결과였다.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난해 해임된 이후,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권한에 대한 법적 판단은 연준의 독립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간의 관심이 크다. 대법원은 이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 산하 독립기관 인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연준은 예외라고 판시해 연준의 독립성을 한층 보장해주기도 했다.
핵심 정책이 대법원에 이어 연달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이나 우편투표 문제를 유권자ID법안 등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안과 연계시켜 정책을 이끌어가려 하지만, 주(州) 정부 권한 침해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데에는 의회가 행정부 견제와 입법이라는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어, 의회도 부담을 느낄수밖에 없다.
CNN은 이날 “연방대법원이 이토록 많은 상대적 권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입법부가 효과적으로 법안을 제정하지 못해 남겨진 공백 속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회가 자신들의 헌법적 권한을 되찾지 않는 한 연방대법원은 누가 진정으로 미국을 운영하는지를 둘러싼 전투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로 남을 것”이라 평가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