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경고’ 나왔다, 미국도 빚투 1조4000억달러 ‘사상 최대’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미국 증시에서 차입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월가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마진론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월 미국 투자자들의 마진론 잔액이 1조4000억달러(약 2170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레버리지 ETF 시장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3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약 두 배 증가한 22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기술주와 반도체 지수는 물론 테슬라, 엔비디아, 스페이스X 등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였다.

WSJ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3월 말 이후 약 300% 상승하는 동안 디렉시온 3배 레버리지 반도체 ETF는 약 700% 급등한 사례를 소개했다. 반면 기초자산이 30% 하락하면 3배 레버리지 ETF는 약 90%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WSJ은 최근 한국 증시 급락 사례를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집중된 한국 시장에서는 주가가 급격히 흔들리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고, 이후 투자심리 악화가 미국 AI 관련 종목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WSJ은 레버리지 ETF가 단순히 투자자의 수익과 손실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가 자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선물 등 파생상품을 추가 매수하고, 이를 판매한 금융회사 역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현물을 사들이면서 기계적인 매수세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운용사들은 3월 말 이후 약 3000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도 헤지 목적으로 관련 주식을 대거 매수했고, 이 같은 흐름이 주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운용사는 보유한 파생상품을 매도해야 하고, 금융회사 역시 헤지 물량을 정리하기 위해 주식을 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락세가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렉산더 알트만 바클레이스 글로벌 전술전략 책임자는 WSJ에 “이처럼 거대한 포지션을 짧은 기간 안에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재량적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5일 3배 레버리지 반도체 ETF는 하루 만에 31% 급락하며 기초지수 하락폭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 규모가 커질수록 ETF가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ETF 매매가 기초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데이브 나딕 ETF닷컴 리서치 책임자는 “레버리지 단일 종목 상품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며 “가격과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시장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 투자 수요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장 방향이 바뀌는 순간 차입 투자와 레버리지 상품이 매도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뿐 아니라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