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냉각?…‘480억달러 규모 기부’ 버핏, 게이츠재단 기부 20년만에 보류한다

엡스타인 조사 결과 주시하는 듯

 

워런 버핏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95)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자선·연구지원 재단인 게이츠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 결정을 20년 만에 보류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과 게이츠재단 사이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되는 내부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기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과 게이츠의 관계 또한 미 법무부가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한 후 냉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버핏이 통상 6~7월에 진행하는 게이츠재단 기부를 올해는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고 최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버핏이 게이츠재단 기부를 보류한 일은 2006년 이 재단에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기부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총 기부 규모는 약 480억달러(약 74조원)다.

게이츠재단은 현재 로펌을 선임해 재단과 엡스타인의 관계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올여름께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조사 결과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버핏은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사건 자료가 공개된 후 게이츠와 대화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게이츠가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다고 전했다. 참석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일부 인사들이 불참을 권했으며, 게이츠는 버핏과 버크셔 이사진 등이 앉는 지정석에도 함께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 “엡스타인 만난 일은 심각한 판단 착오”

한편 게이츠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엡스타인과의 교류가 “심각한 판단 착오”였다며 그의 성범죄 행위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하원 감독위원회의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 모두발언에서 “나는 엡스타인이 지속적으로 범죄 행위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 적도, 그런 정황을 알게 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당시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게이츠는 “나는 그의 섬이나 목장, 플로리다 자택에도 간 적이 없다”며 “나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나와 개인적 관계를 맺으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에 응한 적도 없다”며 “나는 엡스타인이 내 결혼생활 중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포함해 내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알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불륜은 엡스타인과의 교류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내 가족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교류 사실이 자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자선 활동과 공익 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점도 인정했다.

게이츠는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평판은 생명을 구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기반”이라며 “엡스타인을 만난 일은 심각한 판단 착오였으며, 이 일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의 행동은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기회를 갖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내 모든 노력과 정반대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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