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빅테크 설비투자 증가·메모리 수요
가격 상승세 타고 6월만 448억달러 기록
“반도체 슈퍼사이클 내년 초까지 지속”
“전반적 경제활성화 착각할 수도”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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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수출이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4%를 책임지며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 사진은 국내 한 반도체 공정현장. [헤럴드 DB] |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는 지난달 전체 수출의 44%를 책임지며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를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누린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을 한국 경제 전반의 체력 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편중 현상이 심화된 만큼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둔화나 금리·환율 변화가 발생할 경우 수출과 성장세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내수와 고용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0.9% 급증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은 45억4000만달러로 기존 최대 실적인 올해 5월(42억8000만달러)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달러로 199.5% 급증했다. 사상 첫 400억달러를 넘어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새로 썼다. 전년 동월대비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는 15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수출액 300억달러 고지를 밟고 지난달에는 단숨에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인 43.8%에 달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전후에 머물다가 지난해 24.4%로 늘었고, 올들어 지난 3월 38.1%까지 확대됐고, 4월에는 37.1%로 잠시 떨어졌다가 지난 5월(42.3%)부터 4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은 미국·중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해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고정가격을 보면 1년 새 DDR5 16Gb는 682%(4.8달러→37.5달러), 낸드 128Gb는 807%(2.92달러→26.5달러) 폭등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D램 369.8%, 낸드 206.8%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 활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가 계속해서 기둥 역할을 한다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30.3% 증가해 924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반도체가 떠받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업황 변화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특수에 더해 높은 환율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 변화가 반도체 투자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가장 큰 변수는 금리와 환율”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가격이 너무 올라서 반도체 수출 금액이 주를 이룬다”면서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안 떨어지는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보다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편중으로)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착시현상에 빠졌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반도체만 좋은 건데 전반적인 경제활성화로 착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환율이 약한 상황에서 다른 산업들은 맥을 못춘다면 어떤 기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때문에 그게 다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오히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이 얼마나 침체돼 있는지 진단하고 이를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 증가세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계속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AI 데이터센터 거품론이 확산되면 건설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까지 올린다면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위축되고 우리 반도체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수출 호조가 곧바로 내수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고용 규모가 크지 않고 연관 산업도 자동차처럼 광범위하지 않아 국내 경제에 미치는 승수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자동차는 고용과 부품산업 등 파급효과가 크지만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내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수출 증가의 성과를 국내 경제로 연결하려면 세수 확대 등을 통한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문숙·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