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최고 9만원 매겨
시민들 “환영”, 라이더들 “주차공간 확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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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 앞 인도에 주차된 오토바이에 구청의 ‘이륜 차량 주차 금지’ 안내가 붙어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윤승현 수습기자] ‘주민 보행 구역으로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 앞 출근길 시민들이 오가는 인도 한편에는 배달 오토바이 7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일부 오토바이에는 구청이 부착한 ‘이륜차량 주차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유모차를 끌거나 장바구니를 든 주민들이 오가는 인도였지만 오토바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도 가장자리에 무턱대고 세워둔 배달 오토바이는 차량 흐름도 막았다. 이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오토바이 ‘민폐’ 주차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보행에 불편을 주고 안전까지 위협받는다는 시민들의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는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이르면 내년 초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최근 이륜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음 달 2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공포되면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분별하게 세워둔 오토바이에는 3~9만원의 과태료를 매길 수 있게 된다. ▷어린이보호구역 9만원 ▷소방시설 주변과 노인·장애인보호구역 6만원 ▷일반지역 3만원이다. 같은 장소에 2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에는 기준금액에 1만원이 추가된다. 속수무책이던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를 매길 근거가 생기면서 “드디어 보행 불편이 개선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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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륜차 불법 주정차 현장 단속 건수는 ▷2021년 215건 ▷2022년 301건 ▷2023년 253건 ▷2024년 427건 ▷2025년 298건 ▷2026년(5월 말 기준) 182건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경찰은 운전자가 현장에 있을 때만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어 실제 발생하는 불법 주정차 규모에 비해 단속 건수가 많지 않았다”며 “운전자가 없는 경우에는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이륜차는 관련 규정이 없어 사실상 단속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제도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특히 배달 오토바이가 집중되는 역세권과 상권 주변 주민들은 보행권 침해를 호소했다.
20년 넘게 도봉구에 거주했다는 50대 이모 씨는 “이쪽은 오토바이가 많고 보통 아무 데나 세워두는 경우가 많다”며 “얼마 전에도 인도 중앙에 세워진 오토바이가 제지당하는 장면을 봤는데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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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2시께 서울 동작구 이수역 9번 출구 앞 자전거 보관소 옆으로 오토바이가 여러 대 줄지어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
같은 날 서울 동작구 이수역 9번 출구 앞 동작구 치매안심센터 셔틀버스 정류장 앞 인도에는 오토바이 6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지켜보는 동안에도 배달 오토바이는 끊임없이 골목과 도로를 누볐다.
임모(54) 씨는 “식당이 많아서 그런지 오토바이가 많다”며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보기에도 안 좋고 위험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걷는데 오토바이까지 올라와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진작에 과태료를 물렸어야 한다”며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고 해도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동작구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박성재(24) 씨는 “인도 위나 주차가 안 되는 곳에 오토바이가 세워진 걸 자주 본다”며 “잠깐 멈춰 있는 정도는 몰라도 여러 대가 몰려 있으면 지저분해 보인다”고 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불법행위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오토바이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주차 공간이 태부족한 서울에서 법대로 주차하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배달 기사 김동후(43) 씨는 “솔직히 라이더 입장에서는 끔찍한 이야기”라며 “오토바이를 세울 공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 하나 받으려고 10~15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 주차 공간을 찾아 멀리 세우면 매장까지 다시 걸어가야 한다”며 “결국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제도적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오토바이 불법 주차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했다는 한 시민은 “잠깐 멈췄다 가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며칠째 방치된 오토바이들은 문제”라면서도 “정부와 라이더가 함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벌을 주기보다 국가가 시스템과 공간을 먼저 마련하고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원단 장사를 하는 조모(41) 씨는 “이곳은 오토바이가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며 “과태료를 물리기 전에 오토바이 주차장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상당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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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주택가 불법 주정차 단속 지역에 오토바이 두 대가 세워져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
현장 경찰관들 역시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 일대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은 “112로 접수되는 신고는 불법 주차보다 장기간 방치된 오토바이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보행에 직접적인 불편을 주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제도 시행은 필요하지만 민원이 많거나 안전 문제가 큰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시범사업과 전용 주차 공간 확충 등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