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은 맛있기만 한 음식은 아니다[북적book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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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검은색 조리복에 흰 앞치마를 두르고 진기에 가까운 칼질 솜씨를 뽐낸다. 혹자는 서바이벌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요리를 내느라, 누구는 게스트가 원하는 요리를 15분 내에 완성하느라, 또 다른 이는 현지 레스토랑에 위장취업 하면서 구슬땀을 흘린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들의 인기 덕에 그들이 내어주는 ‘미식(美食)’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는 추세다.

미식을 ‘맛있고 예쁜데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처럼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일본 의장이면서 30년간 128개국을 여행하며 음식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신간 ‘미식의 교양’에서 “음식은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기 때문에 그 정점인 미식도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식에 대해 음식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요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포함된 식(食)과 식문화, 즉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에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문화적 행위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다. 특히 ‘맛있다’라는 표현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맛은 오히려 개인의 취향이나 성장 배경, 식문화 등 주관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짠맛이나 신맛, 풍미나 식감 등은 개인은 물론, 나라별로도 취향이 다를 수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에선 소스가 면에 스며든 파스타를 내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선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를 선호하는 식이다. 이에 저자는 미식 여부를 판단할 때 그 요리가 얼마나 철저히 연구한 결과물인지, 혹은 셰프의 생각을 어디까지 구현했는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을 만족하는 요리는 대체로 많은 이들의 혀를 만족시킨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미식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예컨대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일수록 식문화가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실제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 세계 3위인 독일, 그중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 지방은 고급 리조트가 모여있는 슈바르츠발트를 제외하면 미식을 거론할 만한 레스토랑이 몇 개 안 된다. 반면 1인당 GDP가 140위 전후인 캄보디아는 저자가 현지 레스토랑을 돌아본 결과 수준급의 레스토랑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또 저자는 지속 가능한 미식을 저해하는 레스토랑 간 양극화, 식재료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위기, 저출산에 따른 인재 부족 등에 대한 주위를 환기한다. 특히 해산물은 지구 온난화로 자원량이 눈에 띄게 줄어 가격 상승은 물론, 맛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일본의 어획량은 1990년부터 계속 줄고 있는데, 세계적으론 전체 어획량의 30%가 폐기된다”며 “이걸 활용할 수 있다면 생산자에겐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생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를 훌륭한 식재료로 바꾸는 요리사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식의 교양/하마다 다케후미 지음·장민주 옮김/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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