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방동 ‘버드나무 구사옥’, 치유의 문화공간으로…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를 가다

옛 유한공고 학생들이 직접 쌓았던 붉은 벽돌 재사용해 100년의 헤리티지 보존
1994년 일본 기술수출 이후 30년 만에 일군 글로벌 혁신 신약 ‘렉라자’ 신화
디지털 기반 ‘마음진단 티라운지’서 감정 치유하고 나만의 맞춤형 차 시음까지
대한민국 11번째 창립 100주년 상장기업이 된 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 2층 메모리얼홀 정중앙에 전시된 유한양행 창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친필 유서. 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한양행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버드나무’가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역사적 사료의 옷을 입고 현대적인 치유의 공간으로 부활했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윌로우하우스(Willow House)’는 창립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숭고한 기업가 정신과 독립운동 이력을 집대성하고, 다가올 미래 100년의 제약 바이오 비전을 감성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녹여내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대방동 윌로우하우스는 1962년부터 35년간 유한양행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구사옥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으로, 지난 20일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을 맞아 개관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상장기업은 유한양행이 11번째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윌로우 하우스와 유한양행 본사. 구사옥을 리모델링한 윌로우 하우스는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개관했다. 최은지 기자.


윌로우하우스 건물 외벽을 장식한 붉은 벽돌벽은 1961년 유한공업고등학교 설립 당시 교직원과 학생들이 직접 쌓아 올렸던 구사옥의 유산이다. 유한양행은 과거의 흔적을 철거하는 대신, 100년의 헤리티지를 물리적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이 역사적인 벽돌들을 고스란히 재사용하여 외벽에 다시 쌓아 올렸다.

건물 정문 앞 야외 정원(윌로우파크)에는 유일한 박사의 생전 사저 정원에 놓여 있던 조경 석탑이 원형 그대로 이전·보존되어 검소함 속에서도 일상의 성찰을 중시했던 창립자의 숨결을 전한다. 지난 1일 이곳 야외 정원에는 조욱제 대표이사와 유한재단·유한학원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이 거행돼, 회사의 대표 제품과 임직원 손편지 등 56개 품목이 담긴 타임캡슐이 50년 뒤인 2076년 개봉을 기약하며 깊이 묻혔다.

윌로우하우스 1층 로비(왼쪽)와 디지털 인터랙티브 체험 존. 최은지 기자.


윌로우하우스 내부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거대한 대형 버드나무 LED 스크린이다. “자연이 곧 사람을 살린다”는 치유의 여정을 추상적인 그래픽으로 연출한 웰컴 월은 시각적 편안함을 자아낸다.

1층 디지털 인터랙티브 체험 전시관은 윌로우하우스만의 독창적인 핵심 공간으로, 5가지 마음진단을 통해 내 안의 진짜 자아를 발견하고 회복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방문객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진단받고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 이론을 기반으로 한 자아 분석 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진단이 끝나면 개인의 성향과 정서 상태에 완벽히 맞춘 5단계 맞춤형 티(Tea) 키트가 제공된다. 방문객들은 버드나무 잎사귀 조형물이 살랑이는 라운지 공간에서 나만의 차를 음미하며 일상 속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윌로우하우스 2층 메모리얼 홀에 전시된 유일한 박사의 유품. 평소 검소했던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최은지 기자.


역사관의 중심부인 2층 ‘메모리얼 홀’은 유한양행의 뿌리인 유일한 박사의 생애를 집대성한 역사 전시관으로 연결된다. 전시는 ‘평생을 바친 나라 사랑의 길, 유일한은 독립운동가였다’라는 대형 명제를 중심으로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로 나누어 그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14세에 미국 한인소년병학교에 입학해 군사훈련을 받으며 민족의식을 키웠던 소년 시절의 기록은 그가 평생 관통했던 투철한 애국심의 뿌리를 보여준다. 이어 재미한인국방경비대(맹호군) 조직 및 미국 전략정보국(OSS)의 특수침투작전인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력 등 치열했던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이 촘촘하게 아카이빙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 유리 쇼케이스에는 유일한 박사가 영면에 들며 남긴 친필 유언장 실물이 엄숙하게 보존되어 있다. 가죽 서류가방과 낡은 구두 등 소박한 유품들은 검소했던 그의 일상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자식들에게 자립을 강조하며 전 재산을 사회와 교육 재단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유언장이 공개된 후, 정부가 그 고결한 뜻을 기려 수여한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건국훈장 독립장, 모란장이 훈장 수여 사료와 함께 정갈하게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윌로우하우스 2층 메모리얼홀. 최은지 기자.


전시장 벽면을 채운 1926년부터의 역사 터널은 유한양행이 걸어온 거대한 발자취를 압축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1994년 자체 개발한 간장질환 치료 신약 ‘YH439’를 일본에 기술수출하며 유한양행의 R&D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후 여러 난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R&D 역량을 집중해 온 결과, 정확히 30년 만인 2024년 렉라자의 미국 FDA 승인이라는 역사적 대기록을 완성했다. 30년에 걸친 장기적 투자와 집념이 한국 제약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국산 신약 신화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3층 ‘비전홀’은 유한양행의 현재와 차세대 미래 R&D 혁신 역량을 집약한 웅장한 공간이다. 높은 층고의 탁 트인 공간 천장에는 버드나무 잎사귀의 살랑이는 움직임을 형상화한 거대한 미디어 조형물이 바람에 따라 은은하게 흔들리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이 현대적인 대공간 중심부에는 유한양행의 R&D 기술력으로 탄생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글로벌 혁신 신약 폐암치료제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 실물이 원형 쇼케이스 안에 위용 있게 진열되어 있다.

윌로우하우스 3층 비전홀에 전시된 유한양행 혁신 신약 렉라자. 최은지 기자.


방명록에는 “유일한 박사님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로 감동받았다”는 후기가 적혀있다. 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는 단순히 지나간 100년의 영광을 박제해 둔 전시관이 아니다. 창립자의 무소유·애국 철학이라는 아날로그적 핵심 가치가 최첨단 디지털 콘텐츠 및 글로벌 신약이라는 혁신의 무대를 만나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승화되었음을, 이곳 윌로우하우스는 공간의 깊이로 온전히 증명해 내고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기념사에서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해 국민의 건강을 넘어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유한양행의 ‘그레이트 유한, 글로벌 유한(Great Yuhan, Global Yuhan)’ 여정은 다시 시작됐다”며 “신뢰의 100년 위에, 약속의 100년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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