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림의 현장에서] 코스닥 30주년, 이젠 성장 서사가 필요한 때


‘반도체한 코스피, 반도 채 못한 코스닥.’

1일 한 증권사가 내놓은 보고서 제목이다. 두 시장의 온도 차를 압축한 문구다. 올 상반기 코스피 지수는 101% 급등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1% 하락했다.

코스닥 부진 배경엔 자금 쏠림이 자리한다. 상반기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에서 10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를 포함, 자금은 온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흘러들었다. 두 종목에 몰린 순매수액만 85조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까지 가세하면서 반도체 대형주는 개인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코스피 상승의 낙수효과가 코스닥으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돈이 반도체로만 빨려 들어가는 ‘빨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양 시장의 불균형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다.

계속되는 코스닥 시장의 부진에 정부와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우량기업군을 별도로 육성해 기관과 외국인 자금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마저 일각에선 또 다른 ‘빨대효과’를 우려한다. 우량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되면 시장 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어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투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우량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코스닥 활성화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시장 전체의 투자 매력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이 출범 30주년을 맞이했다. 여러 해결 과제가 많다. 제도도 지원도 절실하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코스닥 만의 ‘매력’이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돈을 맡길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투자는 미래를 사는 행위다. 경제학에서는 투자를 미래의 생산능력과 수익을 늘리기 위해 현재의 자원을 투입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투자자는 오늘의 돈으로 내일의 성장을 산다.

혁신 기업이 모인 코스닥은 미래지향적인 시장이다. 코스피보다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때 코스닥 시장의 존재 이유도 분명해진다.

미국 나스닥 시장은 혁신기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건 나스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역대 최대 기업가치로 상장한 스페이스X도 나스닥 상장을 택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지만,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2조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다르다. 성장한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거나 나스닥 상장과 코스닥 상장을 저울질한다. 혁신과 도전, 서사가 펼쳐지는 장이 돼야 할 코스닥이 그저 잠깐 머물다 떠나는 ‘대기실’처럼 여겨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스닥 30주년 기념식에서 “코스닥을 성장주 투자의 종착지로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과 도전이라는 코스닥만의 경쟁력을 되찾지 못하면 활성화 대책도 힘을 얻기 어렵다.

코스닥은 기대와 서사를 먹고 크는 시장이 돼야 한다. 코스피와 경쟁할 수 있는 투자 매력과 코스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을 갖출 때 코스닥은 성장기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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