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기존 공장 연계 빠른 증설 가능
한때 ‘재고폭탄’ 낸드, AI 덕 가치급증
SK하이닉스가 10년 만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증설에 나선다.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부담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칫거리’로 대우받았던 낸드가 최근 AI(인공지능)가 이끄는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고 있고, 피지컬 AI에 대한 개발·상용화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eSSD(기업용 고성능·고용량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낸드 붐이 본격화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AI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용 D램과 함께 기업용 SSD, 낸드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틱 AI에 이어 피지컬 AI가 도입되면서 낸드가 적용되는 분야와 수요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낸드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 증설도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청주에 80조원을 투자해 신규 낸드 생산시설 M17을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 팹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M15가 마지막이었다. M15는 2017년 4월 본공사에 들어가 2019년 초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10년 만에 낸드 추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는 AI가 촉발한 시장 트렌드의 급변이 지목된다. 그동안 낸드는 공급과잉에 따른 악성 재고물량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AI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eSSD의 수요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고용량 낸드가 필수인데 갈수록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메모리 확보전이 D램을 넘어 낸드로까지 번졌다. 그동안 메모리 업계가 낸드 감산 기조를 유지한 것도 공급 부족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엔비디아도 올해 새로운 수요 기업으로 가세했다. 엔비디아가 갈수록 넘쳐나는 ‘키밸류(KV) 캐시’를 이제 HBM이 아닌 대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저장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난을 촉발했다.
KV캐시는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얻은 정보를 따로 보관하는 장치다. 과거 대화 과정에서 계산한 값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도 대화 맥락을 빠르게 이어가며 추론 속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가 사용하게 될 SSD가 2026년 3500만TB(테라바이트), 2027년 1억2000만TB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엔비디아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6년 4%, 2027년 9%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돼 메모리 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신규 낸드 생산시설 입지로 재차 청주를 택한 것도 속도감 있는 건설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미 청주에 다수의 팹(M11·M12· M15·M15X)들을 두고 있어 부지·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청주 팹들과 연결해 생산 효율성 제고도 기대하고 있다.
M17은 기존 M11, M12, M15, M15X와 올 4월 착공한 첨단 패키징 팹(P&T7)에 이어 청주에 건설하는 SK하이닉스의 여섯 번째 생산시설이 된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