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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0일,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월드컵 2026 일본-브라질전을 시청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일본 사회에서 체격, 인간관계, 소비 방식, 주거 공간까지 전반적으로 ‘작아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 저성장과 인구 감소가 생활 방식과 가치관 전반을 바꾸며 사회가 점차 ‘다운사이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협소한 일본’을 주제로 한 기획에서 일본 사회가 ‘더 적게, 더 좁게, 더 가깝게’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이어진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경기 침체, 인구 감소, 그리고 가치관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체격이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0㎝ 초반에서 정체돼 있으며, 18세 기준 평균 키는 이미 한국(175㎝)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일본인 체격은 메이지 시대 이후 영양 개선과 경제 성장에 힘입어 100년 넘게 꾸준히 커졌으나 1970~80년대생부터 성장세가 멈춘 것이다.
식생활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인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마른 체형을 가진 국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과 식생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체격 변화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인간관계도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 조사에서는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응답이 1994년 31.9%에서 지난해 10.3%로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가장 편안한 인간관계로 이성보다 동성을 꼽는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애보다 동성 친구와의 관계를 우선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고민 상담 상대로도 직장 상사나 선배보다 어머니를 꼽는 젊은 층이 늘었다. 닛케이는 “정치나 사회 문제보다 자신의 일상과 가까운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안정 지향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소비와 주거 문화 역시 단순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직접 비교하기보다 인공지능(AI)의 추천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었다. 선택의 폭을 넓히지 않고 아예 고민 자체를 줄이는 ‘선택하지 않는 소비’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도심에서는 지가 상승 여파로 초소형 아파트와 협소주택이 확산하고, 외식업계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점포가 등장하고 있다. 공간 활용 효율을 뜻하는 ‘스페이스 퍼포먼스(스페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닛케이는 “일본 사회가 과거의 성장 모델로 되돌아가기보다 이미 달라진 사회 구조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체격과 소비, 인간관계, 주거까지 이어지는 ‘다운사이징’이 단순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저성장 시대 일본 사회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