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우량기업인데 멕시코선 신생법인…그 금융 공백 신한이 메우죠”

김형규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장 인터뷰
“중소·중견 협력사, 현지 은행 문턱 넘기 어려워
산업 클러스터 이해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 솔루션
팩토링 상품 출시, 스탠바이 LC 발행 등 검토 중
궁극적 타깃은 멕시코 진입하는 글로벌 기업들”


김형규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산 페드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몬테레이)=김은희 기자]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 은행에 가서 ‘대출해달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냉정합니다. ‘우리가 너를 뭘 믿고 해주냐’는 거죠. 국내에선 건실한 우량 중소·중견기업이라도 글로벌 신용등급이 없다는 이유로 북미 관문인 이곳에서 첫 장벽에 부딪힙니다. 이 금융 공백을 채우고 상생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바로 멕시코신한은행의 역할입니다.”

김형규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산 페드로에 있는 지점 사무실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직면하는 금융 현실을 이렇게 짚었다. 멕시코시티 본점이 주로 감독당국과의 소통을 담당한다면 몬테레이 지점은 실제 고객과 마주하며 금융 실무를 책임지는 전진기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8년 멕시코에 첫발을 내디딘 신한은행은 2018년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 현지 영업을 시작했다. 2024년에는 북부 최대의 산업 도시인 몬테레이에서 첫 지점을 열었다. 김 지점장은 2021년 7월 멕시코신한은행에 부임해 초기 몬테레이 사무소를 키우고 이를 정식 지점으로 전환하는 일을 도맡아 온 현장 전문가다.

2024년 7월 1일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 개소식 당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신한은행 제공]


몬테레이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따른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의 핵심 기지로 멕시코 내에서도 제조업 투자가 가장 활발한 도시로 손꼽힌다. 한국에서도 기아, 현대모비스, LG전자, 서연이화, 만도 등 대기업과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가 유기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선 중소·중견 협력사의 안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금융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김 지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 협력사는 현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아무리 건실한 우량 기업이라도 멕시코 은행 눈에는 그저 ‘업력이 짧은 초기 신생 법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을 짓기 위해선 거액의 시설 자금이 필요한데 한국처럼 자기자금 20~30%에 대출 70~80%를 매칭해 주는 컨센서스가 멕시코 은행에는 없다. 현지 은행에 ‘기아의 핵심 벤더사로 향후 매출이 확실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담보나 현지 실적이 없으면 믿어주지 않는 구조다.

김 지점장은 “반면 우리는 경험적으로 한국 제조업 특유의 산업 클러스터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의 일원으로 현지에서 생산 및 영업 활동을 하려는 기업에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찾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멕시코신한은행은 현지 은행이 외면한 중소·중견기업이 기계를 설치하고 생산 라인을 깔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며 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 클러스터에 속한 소규모 교민 기업에도 대여섯 건의 여신 지원을 하며 힘을 보탰다.

김형규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산 페드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올해 7월로 출범 2년을 맞은 몬테레이 지점은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이 밀집한 산업 현장 가까이에서 낯설고 까다로운 현지 금융 규제나 관행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자문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점 내 여러 개의 회의실과 고성능 와이파이, 프린터 등 시설을 갖춰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낯선 땅에서 정식 사무실을 구하기 전까지 사랑방처럼 쓰라는 취지였는데 기업인 사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호응이 높다는 전언이다.

김 지점장은 “한국에서의 기업금융이 은행 간 서로 뺏고 뺏기는 무한 경쟁이라면 멕시코에서는 새롭게 진입하는 회사만 공략해도 영업 기회가 충분하다”면서 “시작하는 단계의 기업과 성장의 기회를 함께 만들어가며 단비 같은 물을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멕시코 은행업계는 52개 기관이 경쟁 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상위 7개 은행이 전체 자산·수익의 70% 이상을 독식하는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주요 현지 은행도 한국기업 전담조직을 만드는 추세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멕시코신한은행은 상품군을 더욱 다변화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팩토링(매출채권 담보대출) 상품 출시와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발행을 검토 중이다.

특히 스탠바이 LC는 멕시코 특유의 수출·가공 제도인 마킬라도라 진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카드다. 마킬라도라는 외국 기업이 원재료나 부품 등을 무관세로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가공한 뒤 최종재를 수출하는 구조로 북미 제조업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김 지점장은 “마킬라도라 제도를 활용해 들어온 기업을 보면 공장 등 유형자산은 멕시코에 있지만 정작 원청사(모기업)는 미국에 있기에 미국 은행에선 현지 자산이 없어 대출이 안 되고 멕시코 은행에선 단순 하청사라는 이유로 대출이 막히는 딜레마가 있다”고 짚었다.

멕시코신한은행이 노리는 것도 이 틈새다. 멕시코 내 유형자산을 담보로 잡고 스탠바이 LC를 발행해 미국신한은행으로 보내면 미국에서 실질적인 대출이 일어나는 연계 금융 구조를 설계 중이다. 김 지점장은 “올해 상반기 딜 성사를 목표로 본점 심사부와 꼼꼼하게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산 페드로에 있는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현재는 주로 한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멕시코신한은행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삼는 전 세계 기업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겠다는 포부다.

김 지점장은 “신한은행이 멕시코에 온 것도 결국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면서 “멕시코라는 ‘세계의 공장’에 들어오려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앞으로 우리의 잠재적 고객”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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