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전력 약화’ 커지는 목소리

개별군 전문성 확보가 전쟁 승리 핵심
군사 선진국들 각군 사관학교 유지
전장 전체 지휘 할 인재상실 우려도

예비역 장성들 “개혁안 정치적 의도”
안규백 장관 3군 통합방안 브리핑
시작 100분전 취소에 뒷말 무성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6일 오전 직접 발표하려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브리핑 시작 불과 100분 전 돌연 취소했다. 국방부가 밀어붙이는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장관 탄핵에 불을 붙이면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안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안 장관은 방산을 주요의제로 진행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도 대통령과 동행하는 만큼 국군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는 9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안 장관을 탄핵하라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29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 중 최다이다. 육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지방 이전 추진 중단 촉구에 관한 청원 역시 12만명을 넘어섰다.

예비역 장성 출신 인사들은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고, 통합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군사관학교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그에 맞춰 명분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는 취지다.

육사 52기인 송방원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통합의 본질은 육사·계엄·내란의 역사에 대한 해체·징벌적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2018년 계엄문건 파동 및 실제 계엄 동원 계획에 연루된 지휘관 다수가 육사 출신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계속 계엄을 일으키고 사고를 쳤다는 인식 속에서 육사를 겨냥한 조치가 핵심”이라며 “해사·공사는 육사를 바꾸기 위한 곁다리·희생양처럼 따라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공사 43기인 정창욱 광운대 미사일전략센터 교수(전 공군사관학교 리더십학과 교수)는 합동성에 대해 “좋은 말이지만 허울에 불과한 당위적 구호”라고 평가했다.

미국 등 전쟁 경험이 풍부한 군사 선진국들이 각 군 사관학교를 유지하는 이유는 개별 군의 전문성 확보가 전쟁 승리의 핵심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정 교수는 국방부가 사관학교 개혁의 근거로 드는 근래 육군사관학교 등의 입학 커트라인 하락에 대해선 “군이라는 직업의 사회적 선호도 하락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단순히 현행 제도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4년제 대학 교육은 인류가 수백 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고졸 이상 인원을 교육해 사회 기능 인재로 만드는 최적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교육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사관학교의 4년 과정도 이 틀 안에서 각 군의 필요인재를 배출하도록 커리큘럼이 발전해 온 것인데,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해 2+2(1·2학년 통합, 3·4학년 군별 심화)로 쪼개면 고등교육의 내재된 효과를 깨뜨리는 것이라는 취지다.

나아가 공군 쏠림·군종 선택 왜곡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통합 선발 후 군종 선택을 허용하면 현실적으로 많은 수험생이 공군, 특히 조종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육·해군에 필요한 우수 인재가 공군으로 빨려 들어가 국가 차원에서 전장 전체를 고르게 지휘할 인재 풀을 상실할 수도 있다.

합동성과 자원효율 관점에서 통합의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모든 것을 끝내려 하지 말고 2~3년간 정책·여론 형성 및 국민·예비역 설득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사 출신 해군 예비역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국군 규모가 30만~40만명 수준으로 간다고 가정할 때 국군사관학교 통합 운영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현재 육·해·공군사관학교 입학 인원(합산 600~700명 수준)을 고려하면, 분산된 체제보다는 합동성 제고를 위한 통합교육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예비역은 다만 “임기 내 졸속 추진은 사회적 비용만 크게 늘리고 2028년 총선 이후 추진력이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며 “백년대계로 설계해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통합이 아니라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이라며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만 추진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통합이 아니라 육사 이전·지방화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논의의 실질 핵심은 육사의 태릉 존치 또는 지방이전 문제라는 것이다. 또다른 예비역은 “육사 이전·지방화가 정치·역사·권력 구조와 맞물린 알맹이고, 사관학교 통합·국군사관학교 구상은 포장·프레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윤호·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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