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업계 대상 갑질 행위…“전량구매계약 등 이미 위법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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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왼쪽부터).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검찰이 유가 교란 행위가 있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유 4사(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를 재판에 넘겼다. 미국·이란 전쟁 직후 유가 급등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담합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유소를 상대로 한 갑질도 있었다고 봤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유가 폭등과 관련해 비정상적 유가 교란 행위를 포착해 수사에 나서 가격 결정 구조 의혹을 조사하고 정유사 1곳 가격결정 부서장 1명을 구속하는 등 총 8명을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중앙지검 공조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 부서장 A씨를 구속 기소하고 책임매니저 B씨, 법무실장 전무 C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C씨는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발생한 유가 급등 현상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밀실 합의로 약 14조2000억원 규모 담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 대비 약 30~40원 더 높은 방식으로 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그 담합 가격을 추종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미 2024년 7월께부터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서로 입금가 정보를 공유하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결정하는 방법으로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구축했다. A씨가 SK에너지에서 가격 정보 담당자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8월 HD현대오일뱅크로 이직했고 전쟁 직후 가격 폭등 합의를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전쟁에 따른 유가 담합에 따른 형사 기소 대상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만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행위가 경쟁질서를 교란하는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아 해당 의혹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의식적 병행행위까지 더하면 담합 규모 26조원으로 커진다.
검찰은 아울러 정유 4사 모두 자영 주유소 등을 상대로 전량구매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공급 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불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주유소는 정확한 제품 가격을 알지 못한 채 정유사에게 석유 제품 전량을 구입하고, 정유사가 사후 일방적으로 책정한 가격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시정조치와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거래 상대방인 주유소의 의사에 반하는 전량구매 계약체결이 금지된다’는 점이 확인됐으나 현재까지도 정유사들이 전량구매 계약을 체결해 왔다고 했다. 주유업자들은 고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우려해 정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나 부장검사는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결과 ‘정유사가 왕 같은 구조다’, ‘가격 경쟁력이 상실됐다’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의사에 반해 취급하지 않도록,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도 지금까지 일어나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C씨가 공정위 현장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경쟁사 가격 정보를 기재한 전산자료를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공정위 현장조사뿐 아니라 검찰 압수수색 당시 상당한 양의 증거자료가 이미 유실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D씨도 현장조사 결과를 미리 알고 사내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물가 안정을 도모한 바 있다. 최고가격제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제품 판매가격 상한(또는 하한)을 고시해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제도다. 손실이 발생 시 정부는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정유 4사가 정부의 ‘원가 기반 손실보전’ 기준이 산업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그에 대한 근거 자료를 산업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나 부장검사는 “정유업계는 원가를 회계상 산정하기 어렵기에 정부 기준은 틀리다고 하지만,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각 제품(제조원가)을 인식해서 회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