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집값 밀어올려
일본, ‘외국인 토허제’ 벤치마크 가능성
![]() |
| 일본 도쿄 [123RF] |
[헤럴드경제=홍승희·신혜원 기자] 최근 일본 도쿄 중심가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3600만엔(약 12억8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폭등세를 기록하자, 일본 정부가 한국의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외국인 자본을 대상으로 도입할 시 일시적인 투기 수요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7일 관가에 따르면 마쓰시마 미도리 일본 총리 외국인정책담당 보좌관(도쿄 14구 중의원·전 법무대신)은 지난 4월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과 면담을 진행해 한국의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및 ‘실거주 의무 부여’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방한 목적이 외국인 주택 매수 규제가 아니었는데 다급히 관련 일정을 추가한 것은 최근 도쿄의 집값 상승세가 통제 불능 수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민간 부동산 조사기관인 ‘주식회사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5년 기준 일본 도쿄 23구의 평균 민간 아파트 가격은 1억3613만 엔을 기록했다. 이는 한화 기준 약 12억8400만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도쿄 23구의 1년 전 가격(1억1181만 엔)과 비교하면 21% 급등한 수치다.
최근 일본 도쿄는 역세권이나 주변 신도시를 중심으로 유동성이 몰리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본 경제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고가 주택가를 제외하면 도쿄 대부분의 주택이 10억원 미만이라 30대 맞벌이 부부가 무리하면 도쿄 중심지 맨션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집값이 오르며 장기 대출을 일으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 |
일본 정부는 중국과 대만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이 대거 투입되며 일본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다. 현재 일본은 토지 거래에 대한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허가제로 바꿔 한국처럼 외국인의 투기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엔저를 배경으로 중국, 대만 투자자들이 도쿄 중심가 맨션을 매수하고 있다”며 “이에 도쿄 인근 요코하마 등 저평가된 도시의 집값도 오름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 역시 외국인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있는 건 아닌지 (한국) 정부와 동일한 우려를 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도의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무엇인지 자문과 정보를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전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세가 꾸준히 늘어, 집값을 밀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2년부터 외국인의 주택 거래 건수는 매년(연평균) 약 26% 이상씩 증가했으며,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 7월 기준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거래가 경기(62%)·인천(20%)·서울(18%)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시 전역, 경기도 및 인천시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개인, 외국 법인 및 외국 정부 등이 해당 지역의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을 거래할 때는 부동산 소재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올해 2월부터는 부동산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금조달계획 및 입증자료 제출 의무를 확대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부동산을 거래하는 내국인에게 적용됐던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증 서류 제출 의무를 외국인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 |
|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주택의 모습 [헤럴드DB] |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 규제가 강화하면서, 실제 거래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경기도의 경우 외국인 주택거래가 많은 안산·부천·평택·시흥 거래량을 확인한 결과 부천이 208건에서 102건으로 51%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인천에선 서구가 50건에서 27건으로 줄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거래량이 1554건에서 1053건으로 32% 감소했고, 미국은 377건에서 208건으로 45% 줄었다. 전체 외국인 주택 거래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71%, 미국은 14%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가 국내 집값 안정에 일정 수준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박합수 교수는 “서울 서초구의 반포 같은 경우 직전 거래가가 80억원인데 외국인이 100억원에 한 채를 샀다면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컸었다”며 “외국인에 대해서도 실거주를 적용하는 제도가 있다 보니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를 즉각 도입하는 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에 의한 아파트 취득 규제를 당장은 보류하는 방향으로 오는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사유재산권을 극도로 존중하는 일본 문화에서 ‘실거주 의무’와 같은 조건을 강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국민 정서상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전영수 교수는 “일본은 ‘버블 붕괴’라는 과거 기억으로 인해 정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며 “사유재산에 대한 개입보다는 현상 유지가 가장 좋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어 실제 즉각 시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