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되니 집 줄이자” 중장년 더해지자, 은평 국평도 15억 뚫었다 [부동산360]

서울 외곽 15억원 넘어 거래 잇따라
‘힐스테이트녹번’ 84㎡ 15.3억 신고가
주담대 6억 가능 15억 이하로 수요 몰린 때문
세 부담에 다운사이징 중장년층도 유입


녹번·응암 일대에서 최초로 국평 15억을 돌파한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단지 내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이후 노도강·금관구 등 서울 외곽 지역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가운데 은평구 녹번·응암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도 ‘국민평형’(84㎡·이하 전용면적)이 15억원대에 잇따라 거래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간 가격대에 머물렀던 서울 서북권 주요 단지까지 가격 눈높이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84㎡는 이달 1일 15억3000만원(19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해당 평형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12월 14억5000만원(16층)에 거래된 뒤 한때 8억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갔지만, 약 5년 만에 직전 고점을 넘어섰다.

인근 단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84㎡는 지난 5월 22일 15억3800만원(18층)에 손바뀜됐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증산동·수색동 일대 단지를 제외하면 은평구 북부권 주요 단지에서 국민평형이 15억원을 넘어선 첫 사례였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 22일에도 1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15억원대 가격을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인 6억원이 적용되는 15억원(KB시세 기준) 이하 아파트로 매수 수요가 몰리다보니, 역설적으로 15억원 밑에서 거래되던 아파트 값이 밀려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녹번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힐스테이트 녹번 단지 최근 신고가 거래는 이촌동에서 집을 팔고 옮겨오는 ‘다운사이징’ 수요였다”며 “15억원 이하 단지를 찾는 젊은 신혼부부 수요와 함께 최근 세부담 증가로 자산 규모가 큰 중장년층 수요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산과 백련산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과 준신축 대단지에 역세권 입지까지 갖춘 점이 매수자들에게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은평구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 내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게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2일 발표한 6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은평구의 올해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5.39%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변동률이 0.79%였다.

KB부동산 6월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서도 은평구의 가격 상승세가 확인된다.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4.9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올해 1월을 100.0으로 놓고 산정된다. 2024년 6월 한때 95.6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은평구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격도 6월 처음으로 1200만원을 넘어섰다.

기존 단지의 가격 상승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될 단지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는 지난 5월 28일 일반분양 물량의 전매제한이 풀린 뒤 거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5월 30일에는 84㎡ 입주권15억8915만원(16층)에 거래됐다. 74㎡ 입주권도 지난달 5일 14억1025만원(1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일반분양 당시 74㎡ 최고 분양가가 13억782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웃돈이 붙은 셈이다.

강북 최대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갈현1구역도 주목을 받고있다. 갈현1구역은 지하철 3·6호선과 GTX-A가 지나는 연신내역과 가까운 입지에 총 4467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재개발 사업지다. 2020년 일찍이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지난해 12월 착공한 뒤 올 5월 통합심의까지 통과하면서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갈현1구역 일반분양가가 힐스테이트메디알레보다 10% 가량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은평구 신축 단지의 실거래가가 15억원 안팎으로 올라선 만큼 분양가 기준선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가로 인식됐던 노도강뿐 아니라 은평구, 강서구, 성구처럼 중간 가격대에 있던 지역에서도 국민평형 15억원 돌파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차라리 사자’는 심리가 커졌고, 최근 서울 외곽 지역 분양가까지 높아지면서 집값이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형성됐다”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도 더 뚜렷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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