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청와대, 경복궁 찍어대는 불법 드론…반년 만에 112 신고 100건 [세상&]

외국인 ‘불법 드론’ 신고 끊임없어
‘드론 금지’ 알려도 불법 비행 반복
불법 인식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유튜브에 드론 영상 많아 몰랐다”
현수막, 전단지 계도론 실효성 적어


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입구에 드론 촬영 금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지만 관광객들이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지나가는 모습. 김서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김서현 수습기자]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법 드론 비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영어 안내 팸플릿과 현수막까지 제작하며 예방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런줄 몰랐다’는 하소연만 이어지면서 홍보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는 한 해 신고 건수에 육박하는 신고가 상반기에만 접수되며 단속 부담도 커진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약 3.7㎞는 비행금지구역(P-73)이다. 드론의 종류나 무게를 막론하고 사전 승인 없이 비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구역에 경복궁·북촌·청와대 등 문화 유산이 한데 모여 있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날린 드론이 적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최근 영어 안내 팸플릿을 자체 제작해 관할 파출소에 배포하고 군과 협조해 청와대 인근 주요 지점에 드론 비행금지 현수막도 설치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드론 관련 112 신고는 6월 말까지 총 96건이었다. 1월 14건, 2월 7건, 3월 29건, 4월 19건, 5월 11건, 6월 16건으로 집계됐다. 종로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간 평균 100건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관광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신고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드론 하나에 파출소 5곳 출동


청와대 인근 지구대·파출소에서는 외국인 불법 드론 신고가 일상이 됐다. 종로구 관내 한 파출소 경찰관은 “외국인들이 경복궁과 한옥마을이 신기해서 많이 촬영한다. 소형 드론이라 발견하기 쉽지 않다”면서 “수도방위사령부나 청와대에서 먼저 식별해 112로 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인근 지구대 관계자도 “주민 신고도 있지만 청와대에서 확인해 출동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드론이 워낙 작고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한 번 신고가 들어오면 4~5개 파출소가 동시에 수색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2~3개월 전부터 홍보 전단과 현수막 제작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청운파출소 인근 거리에 드론 촬영 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김서현 수습기자


경찰은 드론이 비행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면 조종자를 찾은 뒤 서울지방항공청에 인적 사항을 넘긴다. 이후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다.

경복궁 인근 파출소의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드론을 띄웠다가 과태료를 부과받는 경우가 많아 영어로 된 홍보물도 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아직 적발된 외국인 드론 비행에서 대공 혐의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종로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발된 사례는 모두 관광 목적으로 드론을 띄운 경우였다”며 “문제는 관광객들이 규정을 몰라 과태료를 내고 경찰과 군까지 함께 출동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과태료 처분 전후 곧바로 출국해 실제 납부 여부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 플라이 존’ 알려도 관광객은 “몰랐다”


관광객들의 인식은 어떨까. 미국인 관광객 제이콥 밀러(26) 씨는 “유튜브에서 경복궁 드론 영상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불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유튜버라면 충분히 드론을 가져올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 관광객 린즈칭(21) 씨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드론 촬영 영상을 많이 봤는데 불법인 줄 몰랐다”며 “현수막이나 팸플릿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로랑 모로(38) 씨는 “대통령이 있는 곳인 만큼 엄격한 규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조금만 찾아봐도 금지구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임시청사 앞에 서울 전역이 드론 비행 제한 및 금지구역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 김서현 수습기자


영국 관광객 세라 베넷(45) 씨는 “공항이나 호텔에서 드론 관련 안내를 받은 적은 없다”며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많다면 더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관광객 누르 아이샤(32) 씨도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는 곳에 더 눈에 띄는 안내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경복궁 입구 안내판에는 드론 금지 문구가 작게 표기돼 있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았고, 궁 내부나 청와대로 이어지는 주요 동선에서는 별도의 안내를 찾기는 어려웠다. 서울 종로구 청운파출소 인근에서만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종로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플래카드를 더 설치하고 홍보물을 제작하는 정도가 최선”이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항 입국 단계에서 드론 비행 제한 구역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명예교수는 “관광객으로 위장한 악의적 드론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드론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입국 단계에서 관련 규정을 안내하는 방안도 효과적이지만 어느 기관이 담당할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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