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시아에서 배울 때”…이자이 콩쿠르는 왜 한국에서 열리나

10∼11일 경기도 이천아트홀
해외 콩쿠르 최초 한국서 결선
시니어 부문 악단 협연 도입
한국인 연주자 3명 결선 올라


2018년 창설된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가 한국에서 결선을 치른다. 다른 나라에서 결선을 치르는 것은 이 콩쿠르 사상 처음이다. 한국에서 해외 창설 오케스트라의 결선이 진행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자이국제음악콩쿠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서양은 클래식 음악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점점 약화되고 있어요. 반면 아시아, 특히 한국은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의 지형을 바꾸는 중심지가 됐죠. 이제는 서양이 동양에어 배워야 할 때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의 콩쿠르가 안방을 떠나 한국에서 ‘최후의 1인’을 가린다. 벨기에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Eugne Ysae)의 예술적 유산을 계승하는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Ysae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다. 이 콩쿠르가 다른 나라에서 결선 라운드를 리트는 것은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 창설된 콩쿠르가 국내에서 치러지는 것 역시 한국 음악 사상 최초다.

7일 클래식 음악계에 따르면 오는 10~11일 경기도 이천아트홀에서 한국국제예술학교(KISA)와 벨기에 본부의 공동 개최로 ‘2026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이 진행된다.

“한국으로 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격년제 공동 운영


유럽 콩쿠르가 결선 무대를 한국으로 옮긴 것엔 많은 전략적 배경이 자리한다.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을 내건 이 콩쿠르는 2018년 시작된 신생 경연이다. 외젠 이자이의 예술적 정신을 이어받고, 차세대 연주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 총감독이자 설립자인 엘레나 라브레노프는 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기회를 통해 벨기에와 한국 사이에 또 다른 차원의 음악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럴 지라도 벨기에가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고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데엔 K-클래식의 달라진 위상과 탄탄한 교육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조엘 스밀노프 줄리아드 교수 [이자이국제음악콩쿠르 제공]


심사위원장인 조엘 스밀노프 줄리아드 교수는 “한국인들은 대단히 균형 잡히고 열정적이며 성실한 음악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라며 “그간 훌륭한 한국인 제자들을 많이 가르쳤고, 이젠 한국에도 뛰어난 스승들이 많다. 클래식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한국을 찾아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엘레나 라브레노프 총감독 역시 “작년 벨기에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국국제예술학교 남카라 교장과 음악적·교육적 철학에서 깊은 유대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상당수가 아시아 출신인 상황에서, 한국에 가장 훌륭한 파트너가 있었기에 주저 없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햇다.

이번 대회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조직위원회는 2026, 2027년 결선을 한국에서 연이어 개최한 뒤, 2028년턴 벨기에와 한국이 격년으로 결선을 교차 개최하는 국제 공동 운영 체제를 확정했다.

콩쿠르 예술감독을 맡은 남카라 한국국제예술학교 교장은 “해외 국제 콩쿠르의 파이널 라운드를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사이자 매우 큰 도전”이라며 “테크닉에만 치우치지 않고 음악적 사고와 성숙한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 이자이 콩쿠르만의 차별점인데, 단순한 지역적 확장을 넘어 고유한 철학과 방향성 때문에 한국 유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벌·정치 심사 배제…한국에선 비올리스트 최은식 발탁


콩쿠르의 공정성은 심사위원의 구성에서 나온다.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른 심사위원장 조엘 스밀노프를 필두로 미국, 벨기에, 독일, 한국 등 현악 메카를 양분하는 8인이 심사를 맡는다. 한국인 심사위원으로는 비올리스트 최은식 교수(서울대 음대)가 이름을 올렸다.

남카라 한국결선 총괄디렉터는 “국제 콩쿠르 심사를 가보면 상당히 정치적이다. 파벌이나 인맥, 제자 챙기기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심사위원을 구성했다”며 “특히 콩쿠르 심사를 자주 다니는 인물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밝혔다.

남카라 한국국제예술학교 교장 [이자이국제음악콩쿠르 제공]


현악 사중주단 ‘보로메오 사중주단’ 창단 멤버로 유수 콩쿠르를 휩쓴 최은식을 심사위원으로 발탁한 것도 흥미롭다. 테크닉 위주의 주관적 평가를 넘어 ‘오케스트라와의 실내악적 소통 능력’을 가장 객관적이고 거시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남카라 디렉터는 “이자이 콩쿠르에선 점수가 나온 뒤에도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끝장 토론을 벌이는 투명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합류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는 다양한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참가자들의 악기 숙련도, 작곡가의 비전을 구현하면서 연주자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역량,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을 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를 표현하기 위해선 자신에게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오케스트라 협연’ 최초 도입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는 2018년 벨기에 리에주에서 창설된 이후 세계적인 유망주들을 발굴해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시니어 부문에 ‘오케스트라 협연 결선 라운드’가 최초로 도입됐다는 점이다. 기존 바이올린 소나타와 무반주 소나타 위주의 채점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오케스트라와의 호환 능력과 지휘자와의 실내악적 소통 역량을 심층 검증한다.

한국 결선에선 조정현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을 맡았다. 대회에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121명의 유망주가 지원, 벨기에 본부의 엄격한 1·2차 온라인 영상 심사를 거쳐 최종 20명(주니어 8명, 시니어 12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선발됐다. 이 중 한국 국적 연주자는 주니어 부문의 이세나(11), 시니어 부문의 김아인(15), 임해원(22) 등 총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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