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첫 노동자성 인정…정부는 퇴직연금 지원 검토

서울고법 “플랫폼 지휘·감독 받으면 근로자” 첫 판단
특고·프리랜서 ‘푸른씨앗 IRP’ 지원 확대 추진


4일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앞에서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용훈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린 가운데 정부도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에게 퇴직연금 가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부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데 이어 정부도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38-1민사부는 지난 3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이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달라이더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일하는 동안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을 실질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더가 독립사업자로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앱을 통해서만 주문을 수락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이며, 배달료 산정과 지급 방식, 배차 등 업무 수행 과정 역시 회사가 정한 기준과 통제 아래 이뤄진다는 점을 노동자성 인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기업이 계약 형식을 이유로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사회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 노동관계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배달기사와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인 ‘푸른씨앗’의 재정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월 보수 281만원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가 푸른씨앗에 가입하면 정부가 사업주 납입액의 10%를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추가 적립해주고 있지만, 이를 이달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이 가능해진 특수고용·프리랜서까지 넓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푸른씨앗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로, 지난달 말 기준 4만2243개 사업장과 19만명의 근로자가 가입해 있다. 기금 규모는 1조9095억원이며 지난해 수익률은 8.67%를 기록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회안전망 확대와 함께 노동관계법 개정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판결은 배달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라며 “플랫폼 기업은 사회보험과 퇴직금 등 사용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퇴직연금 지원 확대 검토와 법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은 각각 사회안전망과 노동법 적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그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렀던 플랫폼 노동자를 제도 안으로 편입하려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다만 노동자성 인정 범위와 플랫폼 기업의 비용 부담, 특수고용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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