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개봉한 ‘캐롤’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백화점 판매원인 테레즈(루니 마라)가 서로를 발견하고 당연한 것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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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 스틸컷 [사진제공=올댓시네마] |
공기조차 자유로울 것 같은 1950년대 뉴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었다.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윤리적인 흠결’로 치부된다. 캐롤은 이혼소송에서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테레즈는 그런 캐롤과 사랑에 빠지지만 아직은 혼란스럽다.
감정의 동요는 섬세하게 이어지지만,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에 주저함은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동성인 것은 이들에게 혼란을 주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캐롤은 남편과 변호사에게 “나를 부정하며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테레즈는 캐롤이 선택권을 주었을 때, 스스로의 의지로 새로운 삶에 걸어 들어간다.
‘캐롤’은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도 비교된다. 날 것의 감정을 그려냈던 두 작품에 비해 ‘캐롤’은 비교적 조용하고 세련되다. 영화 속 갈등을 ‘여자끼리 사랑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것처럼 그리지 않으려는 헤인즈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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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쉬 걸’ 스틸컷[사진제공=호호호비치] |
18일 개봉을 앞둔 ‘대니쉬 걸’은 조금 더 극적인 소재를 담았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최초의 남자인 아이나 베게너(에디 레드메인)가 내면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생물학적 여성으로 변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배경은 ‘캐롤’보다 앞선 1920년의 덴마크 코펜하겐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은 더 거셌고, 성전환수술법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미완성이었다. 이 점이 ‘대니쉬 걸’을 보다 더 극적이게 만든다.
아이나의 부인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남편의 변화를 지지해주는 인물이다. ‘성 도착증’이나 ‘정신분열증’이라고 진단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아이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하지만 아이나가 새 몸을 찾아 재탄생하는 여정이 게르다에게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다. 생성과 소멸이 교차되는 흐름이 ‘대니쉬 걸’의 또 다른 포인트다.
‘캐롤’과 ‘대니쉬 걸’은 모두 실화가 원작이다. ‘캐롤’은 범죄소설 사상 가장 강력한 캐릭터인 ‘리플리’를 탄생시킨 패트리샤 하이미스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소재만으로도 대담했던 이 소설은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 출간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대니쉬 걸’은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주연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볼만하다.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남녀 주ㆍ주연상에 골고루 노미네이트됐다.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은 여우주연상에, 루니 마라는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고,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은 남우주연상,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여우조연상 후보다. 특히 에디 레드메인의 트랜스젠더 연기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과 비견될 만 하다는 평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