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대리점이 주는데, 교섭대상은 본사?”…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 분노 “경영권 침해”

선고를 마치고 나온 진경호 (오른쪽 세번째)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과 관계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과의 단체 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택배업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업계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한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되면 앞으로 택배업계는 물론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모든 기업의 노사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2심 법원은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과의 단체 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의 경영권을 침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택배 사업을 경영하는 전국에 있는 2000여 개 대리점들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판결이 나왔다”면서 “기본적으로 택배기사들과 대리점이 계약을 맺고 있고, 근무여건과 집화 형태 등도 대리점이 결정하는데 앞으로 원청과 해당 내용을 협상하게 되면 대리점의 경영 노하우가 외면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리고서 “각 대리점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또 여기에 따른 사업 권리·업장을 매매할 시 권리금도 존재하는 것이 현재 택배 시장의 상황”이라면서 “단체교섭을 택배기사와 본사가 하게 될 경우 대리점들이 갖고 있는 이런 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원청과 택배기사가 단체교섭을 할 경우, 교섭의 규모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교섭이 체결되는 기간도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교섭 주체로 양대노총 등 큰 규모의 노조 집단이 들어오게 되면 산업 현장이 마비되는 결과도 따를지 점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판사 홍성욱·황의동·위광하)는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의 판결을 내렸다. CJ대한통운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택배노동조합(노조)과의 단체교섭에 임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1심과 2심, 2차례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2020년 3월 택배노조는 자신들이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 아닌 원청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하급심의 기관인 서울지노위는 그해 11월 사건을 각하 처리했고, 이듬해 1월 택배노조 측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는 2021년 6월 택배노조 측 의견을 수용했고, CJ대한통운이 노조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리점 연합 측은 해당 소송 과정에서 대리점 측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리점 연합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 주체가 대리점 측이 되어야 하는데도 재판에서 대리점 측이 제외된 채 판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1심 변론에서는 대리점 연합 측은 사실상 배제됐고, 2심에서는 원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지만, 변론이 7주 만에 종결 절차를 밟았다.

업계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한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될 경우,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의 노사관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원청인 택배사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노조가 단체교섭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날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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