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올해 2분기 유통업 경기 기대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중국 이(e)커머스 공세에 대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불안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5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분기 RBSI는 79였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백화점(97)과 대형마트(96)가 기준치(100)에 근접하며 전체 전망치 상승을 견인했고, 온라인쇼핑(78→84)과 편의점(65→79)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백화점은 1분기에 이어 97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백화점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가 명품·식품·여가 등의 강화를 통해 쇼핑과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도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매출 증가도 기대감 상승에 한몫 했다.
대형마트(85→96) 역시 높은 전망치를 보였다. 신선식품과 체험형 공간 확대에 따른 집객효과에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등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온라인(78→84)의 경우 전망치가 소폭 상승했지만, 초저가를 무기로 중국 온라인플랫폼이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 등이 기대감 상승을 제한했다.
편의점(65→79)은 전분기 대비 전망치가 14포인트 증가하며 업태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2분기는 온화한 날씨로 유동인구가 늘어나 식음료와 주류 등의 매출이 증가하는 성수기인 점이 기대감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됐다. 슈퍼마켓(77→77)은 지난 분기와 비슷한 전망치를 기록, 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편의점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 등이 기대감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한상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대한상의 제공] |
이런 가운데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진출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국내 유통기업들의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이나 유통업체에 위협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업체의 69.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업체의 74.4%는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온라인쇼핑 10개 중 6개 업체(59.1%)가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56.7%)와 슈퍼마켓(48.9%) 업태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중국 온라인플랫폼이 한국제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에 따른 대응과 관련해서는 대응하고 싶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을 수 없거나(27.2%), 상황을 주시하면서 향후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29.2%)이라는 의견이 56.4%에 달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제조·유통기업의 경기 기대감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회복기에 맞는 채널·상품·물류 전략 마련을 통해 살아나는 소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공세에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