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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임시제방 근처에 피고인의 가족이 있었으면 그때도 제방을 튼튼하게 축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부실 제방 공사의 책임자인 현장소장이 31일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공사 현장소장 A(55)씨와 감리단장 B(66)씨에게 각각 징역 7년 6개월,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솔직하게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 15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다수가 사망한 것과 한 명이 사망한 것이 아무리 하나의 사고라도 같다고 볼 수 있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부에서 이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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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복지회관에 마련된 오송읍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에 수재민들이 모여 있다. 임세준 기자 |
모든 형량을 합산하는 것이 아닌 A씨가 저지른 여러 혐의 중 가장 중한 형량의 절반만 가중하도록 한 경합범 규정(형법 제37조, 38조, 40조) 때문에 7년 6개월을 초과하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는 현실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임시제방을 기존 제방과 동일한 규격대로 축조했으면 강물이 월류해 제방이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뻔뻔하게도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임시제방 축조에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결코 피고인이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라는 사실을 재차 명확히 했다.
A씨 등이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고 사과한 B씨와 달리 A씨는 허가받지 않고 제방을 절개한 것은 행정상 착오였고 철거 또한 설계도상 불가피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정 주변에서는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7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그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도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 피아노 106번(장례곡)을 틀며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유족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피고인에게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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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송참사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오송참사 유가족과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의원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 |
유가족은 재판부의 이런 공감 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판결에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유가족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참사에 대해 굉장히 공감도 많이 해주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따끔하게 질책도 해줘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부실 대응으로 참사를 키운 공무원 등에 대한 단죄는 이제 시작 단계다.
앞서 검찰은 제방 공사 과정을 점검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감리단 직원 등 12명과 사고 발생 당시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경찰·소방관 16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경찰관들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9일 처음 열렸으며 행복청 공무원, 소방관 등의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참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되는 만큼 지하차도 관리주체인 충북도와 재난 예방 대응 의무가 있는 청주시 공무원 등에 대한 추가 기소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도 접수돼 수사 대상이 최고책임자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