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민당(EPP) 선도 후보인 현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제10대 유럽의회 선거가 9일(현지시간) 종료되면서 따라 향후 5년간 EU를 이끌 새 지도부 구성 작업이 본격화한다.
EU 27개국 정상들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찬을 겸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어 유럽의회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도부 구성 논의에 착수한다. 이후 27∼28일 정례 정상회의에서 EU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EU 지도부 구성 권한은 전적으로 EU 27개국 정상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있다. 그러나 EU 기본법 격인 리스본 조약은 ‘집행위원장 지명 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EU는 조약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 후보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고려하는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선도후보) 제도를 도입했다.
이날 발표된 선거 출구조사 결과 유럽국민당(EPP)이 무난히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EU 정상들은 EPP 선도 후보인 현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을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EU 정상 중 다수가 EPP에 참여하는 각국 정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EU내에서 영향력이 큰 회원국 정상들이 폰데어라이엔 연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의 경우 이날 출구조사 결과 각각 소속 정당이 참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언권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폰데어라이엔 입장에선 일단은 청신호인 셈이다.
EPP도 이날 선거 결과를 자축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잠정 예측 결과 발표 직후 연설에서 “유럽 시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건 강력한 유럽”이라며 “좌·우 극단에 맞서는 요새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슈피첸칸디다트 제도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정이 아닌 만큼 이변이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2019년 선거 당시 EPP 선도 후보가 아니었지만, 정상 간 ‘밀실 논의’로 집행위원장 후보로 갑자기 등장했다.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집행위원장 후보는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720명 중 과반인 최소 361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정상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유럽의회에서 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2019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지지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EPP가 강경우파나 극우와 연대할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EPP 내부에서조차 연임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인준 투표는 통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새로 구성되는 유럽의회 두 번째 본회의가 열리는 9월 중이 유력하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정치그룹 간 투표를 앞당기기로 합의할 경우 유럽의회 개원식 겸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내달 16∼19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유럽의회가 내달 18일 집행위원장 인준 투표를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두 명의 EU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일 보도했다. 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오는 11일 정치그룹 대표단 회의에서 투표 날짜가 확정될 예정이다.
내달 첫 본회의에서는 유럽의회 의장과 14명의 부의장단 선출, 상임위원회 구성도 완료될 예정이다.
새로 선출된 집행위원장은 EU 각국 추천을 토대로 9월 중 국무위원 격인 집행위원 26명 후보 명단을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집행위원단은 지역, 성별,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해 EU 회원국에 1자리씩 할당된다.
새 집행부는 유럽의회에서 인사청문회, 임명 동의 투표를 거쳐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