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다게스탄 테러로 25명 사망…“푸틴 체제 안보 구멍 또 드러나”

23일(현지시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벌어지자 러시아 연방 보안국 요원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러시아 서남부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발생한 연쇄 총기 난사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가 25명으로 늘어났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건에 이어 3개월 만에 발생한 테러로 푸틴 체제의 안보 불안이 또다시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와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이번 공격으로 경찰관 15명과 66세의 정교회 신부 니콜라이 코텔니코프를 포함한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테러에 가담한 총격범 6명은 사살됐으며, 이들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조사위원회는 추가로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총격범들의 신원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게스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번 테러의 부상자는 최소 46명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정부 수장은 26일까지 3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수사당국은 러시아 연방 헌법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3일 오후 6시경 다게스탄의 데르벤트에서 무장 괴한들이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에 침입하여 성직자와 신도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괴한들은 성당의 성상에 불을 지르고 유대교 회당에서 화재를 일으켜 회당 건물이 전소했다.

같은 날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저녁 시간에 괴한들이 정교회 성당과 인근 경찰서를 공격했다.

이번 테러는 안보와 안전을 강조해 온 푸틴 대통령의 집권 체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카스피해에 인접한 북카프카스 지역에는 다게스탄 자치공화국과 체첸 자치공화국이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서쪽으로 조지아, 남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민족적, 종교적 갈등이 잦은 곳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80%가 무슬림인 다게스탄은 무슬림 분리주의 반군의 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1999년 체첸 공화국에서 연이어 테러가 발생하며 2차 체첸 전쟁이 벌어지자 총리였던 푸틴은 “화장실에서도 그들을 소탕하겠다”며 체첸 수도 그로즈니 공습을 주도해 체첸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후 인기를 얻은 그는 그해 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듬해 3월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곳의 정치적 안정이 푸틴 체제의 정당성의 기반인 셈이다.

그러나 푸틴 집권 기간이 넘어섰지만 이 지역의 테러 움직임은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3월 31일에는 다게스탄에서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외국인 일당 4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3월 22일 모스크바의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발생한 144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 공격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테러는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IS-호라산(ISIS-K)이 배후를 자처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는 다게스탄 마하치칼라 공항에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착륙했을 때,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수백 명이 “이스라엘인을 찾겠다”며 공항에 난입하기도 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공포를 정복하겠다고 약속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이번 테러는 그가 실패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면서 “이는 크렘린궁에겐 심각한 상처이며 푸틴 대통령의 한계를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이은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지목하는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3월 모스크바 사건 직후 러시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공격의 배후에 있으며 서방 세력이 배후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푸틴 대통령 역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가 ISIS-K를 사주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에 대해서도 국가두마(의회) 내 여러 정치인들은 외부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 내 수동적인 다수는 테러 공격의 진짜 원인을 생각하기를 꺼려하고 있으며 러시아 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그 결과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비난이 사회적 규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상원의원은 “민족적, 종교적 편협함과 증오, 러시아 혐오로 인한 모든 테러를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계략으로 돌린다면 이는 우리를 더 큰 문제로 이끌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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