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가면 ‘어대한’ 깨진다? 원희룡·나경원 치열한 ‘2위 경쟁’ [이런정치]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후보들 간 ‘2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세 기류에도 당내 주류인 ‘영남권 의원 민심’을 잡는 데 고전하면서다.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한 전 위원장이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까지 언급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반(反)윤’ 이미지를 공고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오전 홍준표 대구시장을 면담했다. 홍 시장은 원 전 장관에게 “출마해줘서 고맙다”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앞서 한 전 위원장의 만남 요청을 거절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시니 뵙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원 전 장관은 홍 시장 면담을 시작으로 대구 지역 당원협의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원 전 장관은 ‘라이벌’인 나경원 의원의 동선을 그대로 뒤따라가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원 전 장관은 전날에는 경북 지역 당원협의회 일정을 소화했는데 나경원 의원이 지난 주말 찾았던 상주, 칠곡 등 지역이 대상이었다. 나 의원은 지난 21일 당권주자 중 가장 먼저 홍 시장을 만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이날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찾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하고 경남창원마산합포, 부산 사하을 당원협의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나 의원 캠프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영남권 지역에 거주하는 당원 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영남권 민심을 잡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과도 가장 먼저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의 ‘한동훈 때리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당정 ‘동행’을 내세우며 비윤 이미지 탈피에 나섰고 원 전 장관은 영남권 의원들을 캠프에 합류시키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자근, 강명구 의원 등이 의원들과 일대일 만남을 이어가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규, 박성민 등 원조 친윤계 의원들도 원 전 장관을 물밑에서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전당대회 후보가 아닌 현역의원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의원실 보좌진을 특정 후보 캠프에 파견해 선거운동을 돕는 것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최대 약점인 ‘당내 지지기반 부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 캠프에는 현재 장동혁, 김형동, 박정하, 주진우, 정성국, 한지아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비례대표다. 국민의힘 규정 상 지역별 당원 명부는 해당 당협위원장만 볼 수 있다. 당원협의회를 갖고 있지 않은 비례대표들은 ‘표몰이’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확실히 불리하다”며 “한 전 위원장 쪽에 당세를 몰아줄 만한 의원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 전 위원장이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과 ‘러닝메이트’로 출격한 데 대한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항의 공문을 제출했다. 다만 당 선관위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라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러닝메이트는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며 “공식적 절차를 거쳐 항의한다면 들여다 보겠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연일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며 “두 분의 신뢰는 바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주장은) 민주당 대표 출마선언인 줄 알았다. 내부전선을 완전히 흐트러뜨리는 교란행위”라며 “관계가 단절된 ‘절윤’이다. 윤 대통령과 관계는 끝났다. 단절됐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윤 의원의 주장에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 근거도 없지 않냐”며 “저는 보수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보수정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지키기 위해 보수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 의원의 ‘러닝메이트’ 비판에 대해서도 “정치인의 친소관계가 계파의 기준이 되는 것은 참 후지다고 생각한다”며 “뜻을 같이 하는 훌륭한 분들과 정치를 같이하고 싶은 것이 이상하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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