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국군 9사단 53탱크대대 백마고지 전투 [국가기록원]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반도에 남북 전쟁이 발발한다면,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550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 불가한 재앙으로, 글로벌 경제침체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그룹의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다양한 변수를 복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집합 모델 분석을 활용해 한반도 전면전 가능성과 그 피해 상황을 예측했다.
이 예측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면서 냉전 시대의 파트너십이 부활하고 새로운 방위 협정이 체결돼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이 추가됐다.
한국은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세워진 반도체 주요 생산국으로,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적·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전면전 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첫해에 세계 경제에 4조 달러, GDP에는 3.9%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1950년 6.25 전쟁 시 남북한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0.4%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만 1.5%가 넘는다. 이조차도 주요 공급망에 대한 한국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매우 과소평가한 것이다.
북한 방사포 사정권인 한국 수도권에는 한국 인구의 약 절반인 2천600만 명이 거주한다.
수도권은 한국 반도체 생산의 81%, 전체 제조업 생산의 34%를 담당한다.
생산된 제품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바쁜 부산항을 비롯해 여러 항구에서 중국, 일본, 유럽, 미국에 수출된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30대 기업에 속하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반도체의 41%, 낸드 메모리의 33%를 생산한다. 이 제품은 애플부터 중국 샤오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에 수출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의 핵 특사를 역임한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몇 년간 한반도에서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약 30%이며 이런 충돌은 더 큰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체제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느끼면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일본,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80∼90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면전 발생 시 한국 경제는 산업 생산과 수출이 타격을 받아 37.5% 위축될 전망이다.
중국도 반도체 공급부족, 미국과의 무역 감소 등의 영향으로 GDP가 5% 감소할 것이며, 미국은 반도체 부족과 시장 급락 여파로 GDP의 2.3%가 줄어드는 타격을 입게 된다.
세계 GDP는 3.9% 감소하는데, 한국 반도체에 많이 의존하면서 해상 물류 교란에 취약한 동남아, 일본, 대만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전쟁의 모든 시나리오는 김 위원장이 사망하고 북한이 폐허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