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사진) SK하이닉스 사장이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12단을 기존 계획대로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환경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곽노정 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PC나 모바일 D램은 성장하는데 속도가 느리거나 정체된 느낌이지만 내년에는 아무래도 AI 때문에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사장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 출하 시기를 두고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일단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나 공급 시기 등은 저희가 원래 계획한 대로 할 것”이라며 공급 지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D램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HBM3E 12단은 36GB(기가바이트) 용량을 갖춰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올해 4분기 중 엔비디아에 납품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3E 8단에 이어 12단 제품에서도 여전히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은 3분기 최고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예상 매출액은 18조370억원으로, 2분기(16조4233억원)에 이어 또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 예상치도 6조7628억원으로, 반도체 호황기인 2018년 3분기 6조4724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HBM이 반도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올해 2.4% 감소에서 내년 9.5% 반등할 전망이다.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한 HBM의 성장세와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접목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등이 웨이퍼 출하량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곽 사장은 HBM의 뒤를 이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등 차세대 AI 메모리 제품 공개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고객사 니즈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내년쯤 되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연결해서 연산한다’는 의미의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저장장치(스토리지) 등 다양한 장치를 연결해 보다 빠른 연산 처리를 지원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곽 사장은 이날 기념식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이 반도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미래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과 기술력의 바탕 위에 정부를 비롯한 각계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적기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투자 시기가 늦어지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적기 투자가 결정적 요인인 만큼 반도체 기업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곽 사장은 종합 반도체 연구개발기관 아이멕(imec) 경영진과의 면담 내용을 묻자 “아이멕 뿐 아니라 기타 반도체와 관련된 분들과 이야기하며 인사이트를 얻었고 향후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것들이 있어 점검할 겸 미래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을 묻는 질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엑시노스2500 수율에 대해선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