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풍미한 배우 김수미씨 별세…“열정과 따뜻함 가진 ‘국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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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배우 김수미씨(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75.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와 고인 측에 따르면 김수미는 심정지가 발생해 이날 오전 8시께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1949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국적인 외모로 당시 선호하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던 고인은 데뷔 이후 꽤 오랜 시간 무명의 시간을 거쳤다.

고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80년부터 방영한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으면서다. 첫 촬영 당시 불과 32세에 불과했던 그는 시골 할머니 역을 맡아 구수한 사투리와 명연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아들 ‘일용이’ 역을 맡은 박은수보다도 ‘나이 어린 엄마’였다. 이 역할을 무려 22년 동안 선보며 김수미에겐 내내 ‘일용엄니’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고인과 ‘전원일기’를 함께 하며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배우 김혜자는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됐을 것”이라며 “너무 많은 걸 가졌는데, (당시엔) 가장 표현할 수 있던 캐릭터가 일용 엄마였다”고 떠올렸다.

김수미는 ‘전원일기’를 비롯해 1985년 10월~1986년 4월까지 방영된 주말연속극 ‘남자의 계절’을 통해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다.

‘전원일기’가 김수미를 한국 어머니의 모습으로 첫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이라면 그의 두 번째 전성기는 2000년대 중반 찾아왔다. 2005년 영화 ‘마파도’와 2006년엔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서다. 특히 ‘안녕, 프란체스카’에선 ‘젠틀맨’을 부르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었다.

중견 배우 김수미에게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가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방송에 출연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2011년 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선 찰지고 걸쭉한 연기를 선보였고 이후 2013년 ‘돈의 화신’, 2015년 영화 ‘헬머니’, ’2019년 ‘황후의 품격’에 이르기까지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했다.

배우로의 활동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맹활약했다. 1982~1985년까진 MBC ‘오늘의 요리’를, 1987~1989년까지 MBC ‘토요일 정보 총집합’을 진행했다. 당시의 경험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고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진행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건강 문제로 입원 직전까지도 뮤지컬 ‘친정엄마’에 출연했고, tvN 스토리 ‘회장님네 사람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뮤지컬 ‘친정엄마’를 함께 한 관계자는 “무대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계셨던 정말 존경스러운 배우이자 선생님이셨다. 항상 사람들을 품어 주셨던 따듯한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앞서 김수미는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공연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돼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정창규,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며느리 서효림, 손녀 정조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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