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특검도, 탄핵도 다 폐기됐다…대한민국은 또 쪼개졌다(종합)

여의도엔 ‘尹 탄핵’ 시민들… 주최측 30만명 광화문에선 ‘주사파 척결’ 외치며 ‘탄핵반대’ 尹 탄핵안·김여사 특검법 모두 부결 결과 일부 시위대 ‘국힘 당사로’… 경찰 경비 강화

 

7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집회에 합류했다. 이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측 주사 25만명 가량이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박준규·박지영·안효정·김도윤 기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부결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윤석열 탄핵’을 외치던 여의도 집회에선 결과가 나온 뒤 ‘침묵’이 이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광화문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최대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윤 대통령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향후 ‘탄핵안 추가발의’를 예고하고 있다. 김여사 특검법 표결시 이탈표가 6표로 늘어났다는 점은 민주당이 다음 표결 결과를 기대하는 이유중 하나다.

7일 오후 서울은 두쪽으로 갈라졌다. 서울 여의도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모였고, 서울 광화문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서로 다른 희망을 소리쳤다.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표결 종료 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 및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경찰에 접수된 집회 신고 인원은 20만명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규모로 추산됐다. 이날 국회 의사당대로와 여의대로에 모인 인파는 주최측 추산 25만명이다. 경찰의 비공식 집회 추산은 10만명이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와 노조단체도 오후 3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 대로에서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했다.

경기도 평책에 사는 김현욱씨는 9살 아이의 손을 잡고 여의도 집회에 참가했다. 김씨는 “같은 편인데 왜 정치인한테 군인들이 총을 겨누는지 9살 아이가 봐도 이해가 안됐나봐요”라고 집회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 시민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는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의도 현장에서 만난 이소원(20)씨는 “국제적으론 전쟁도 하고 경기도 안 좋고 어렵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최소한 민주주의의 가치는 잘 지켜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겠어서 왔다”고 말했다. 강원도 태백 왔다는 함주식(48) 씨는 “군인이 총을 들고 국회로 가는 비정상적 세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 그런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 인근에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박지영 기자]

광화문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앞에서 코리아나 호텔까지 설정된 보수집회에는 약 2만명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때도 얼마나 억울하게 탄핵을 당했느냐”라며 “이번에 또 당하면 우리도 똑같은 놈 되는거다.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심니은 “진짜 보수 자유 우파는 광화문으로 집결해달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 고비만 넘으면 싹 다 갈아엎고 새 판을 짤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현장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왔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60대 김순화 씨는 “솔직히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는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선포했을 때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이번에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으면 나라가 더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50대 임모씨도 “지금 우리나라는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라며 “나라가 이재명 같은 범죄자와 공산주의를 만들려고 하는 민주당에게 넘어가선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킬 임무를 우리가 맡게 된 것”이라며 “미래세대를 위해서 이 광장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강모씨는 “계엄령을 내린데는 민주당의 의회폭거도 있지 않냐”며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다고 검사·판사 등 줄줄이 탄핵안을 가결시키고, 국정운영에 꼭 필요한 필수 예산까지 삭감해버리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라고 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될텐데,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개헌 등 다른 방향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이른바 ‘김건희 특별법’이 부결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도 어려워지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경찰이 급히 경계경력을 강화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짧은 시간 워낙 많은 인파가 집회에 참석하는 상황이 빚어지며 여러 사건 사고들도 많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께 여의도공원에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컴퍼스를 휘두른 남성 A씨를 검거했다. 이날 A씨는 집회 자원봉사자들의 제지에도 위협 행동을 멈추지 않다 집회 관리 중이던 경찰에 의해 제압됐다.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A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적개심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여의도 집회에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인원 혼잡 우려 때문에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에선 지하철 무정차 통과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를 위해 해당 역에선 많은 인파가 짧은 시간안에 역에 내렸고, 시민들이 긴 대열을 이뤄 역사를 빠져나가는 등 극심한 혼잡도 빚어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최종 부결이 확정되면서 여의도 집에 참가자 일부가 “국민의힘으로 가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 100여명은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앞으로 몰려갔고 이들은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연호했다. 경찰은 국민의힘 당사 앞 도로를 통제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우발적 대응을 막는데 기동대 경력을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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