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50원 넘어 금융위기 후 최고
코스피·코스닥 급락…외인·기관 순매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약세
[연합, EPA]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발(發) ‘비상계엄 사태’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發) 강펀치까지 맞으며 요동치는 모양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에 원화 가치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다.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시장이 대외 변수로 한 번 더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7.88포인트(2.33%) 하락한 2,426.55로 개장한 뒤 낙폭을 다소 줄여 오전 10시 현재 2,440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2300억원 순매도, 외국인이 630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개인은 279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및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 이상 내린 채 거래를 시작 했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 가량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다. [연합] |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치솟은 1,453.0원으로 출발해 1,450원선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장중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3월 16일 장중 최고 1,488.0원을 기록한 뒤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0원을 넘었다. 그래도 외환당국 방어 등의 영향으로 2022년 10월 레고사태 때 기록한 고점을 넘지 않았고 최근엔 1,43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이번에 미국발 충격이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이 바로 무너졌다.
간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으나,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고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오른 108.17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는 2022년 11월 11일(108.44)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놨다.
이복현(왼쪽부터)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어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도 약세를 보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1억5000만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지난 17일 1억5719만8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우리는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영향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