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엡스타인 [로이터=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러시아 당국과 소통한 고정간첩이었을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의 주장은 이렇다.
엡스타인이 2010년에 앤드루 당시 영국 왕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언급한 후 그가 주로 미모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 그리고 권력과 재산을 쥔 남성들 사이 성관계를 주선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엡스타인 사건 수사와 관련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문서 300만건, 사진 18만건, 영상 2000건 등을 공개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또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문서가 1056건, 모스크바를 언급한 문서가 9000여건 나온 것이다.
심지어 문서 내용을 보면 엡스타인은 푸틴을 직접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아동 성매매로 유죄 판결을 받은 2008년 이후에도 만났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엡스타인이 러시아 출신 성매매 여성을 모집한 점을 들어, 유력 인사가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찍은 후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콤프로마트’ 작전을 했을 수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그는 2010년에 세르게이 벨랴코프 당시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스크바 출신인 한 러시아 여성이 뉴욕 사업가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 중이라고 밝혔다. 벨랴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설립한 ‘FSB 아카데미’ 출신이다.
엡스타인은 해당 러시아 여성에게 이메일을 보내 만약 러시아에 투자하는 미국 사업가를 상대로 협박을 시도하면 FSB가 이 여성을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보기관 관련 한 취재원은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앤드루 전 왕자, 빌 게이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세계 최대의 허니 트랩”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허니 트랩’은 성을 미끼로 공작 대상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뜻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인 영국 미디어 사업가 로버트 맥스웰을 거쳐 옛 소련 정보당국에 포섭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맥스웰의 딸인 길레인-맥스웰은 한동안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다. 그 후 성매매 공범 노릇도 했다.
한편 미국 법무부의 문건 추가 공개는 지난해 11월 상하원이 만장일치 수준으로 가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문서 공개 기한인 지난해 12월19일을 한참 넘겨 추가로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피해자 개인 식별 정보가 포함된 파일 등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편집 과정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블랜치 부장관은 “공개는 미국 국민에게 투명성을 보장하고 법을 준수하기 위한 매우 포괄적인 문서 식별 및 검토 과정의 종료를 뜻한다”고 했다.
그는 “이들 문서 검토로 해소될 것 같지 않은 정보에 대한 갈망이나 갈증이 있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도 보호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체포된 후 2019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