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겼던 인터넷 접속 재개되자 시민들 전쟁 피해·생활고 토로
식용유 가격 전년 대비 308% 급등…닭고기 가격도 190%↑
물가 폭등에 反정부 시위 확산 가능성…“시민 다시 거리 나올수도”
가디언 “인터넷 재개도 ‘자유회복’ 아닌 ‘통제완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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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한 시민이 미국과 이란이 테이블에서 협상하는 모습을 묘사한 반미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 당국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이유로 차단했던 인터넷을 88일만에 접속 재개하면서 시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격앙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전쟁의 상흔과 생활고,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 공간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시민들은 당국이 부분적으로 인터넷 연결을 복구한 것에 대해 ‘자유의 회복’이 아닌 ‘통제의 완화’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수 이란인들이 인터넷 차단이 일부분 풀린 것이 또 다른 형태의 통제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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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시민들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AP] |
앞서 이란 정부는 지난 1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인터넷 통제를 강화했고,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다시 전면적인 차단 조치에 나섰다. 이후 당국은 지난 26일 오후부터 자국 내 인터넷망 일부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접속이 재개되자 시민들은 그동안 온라인에 공유하지 못했던 메시지와 사진, 영상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전쟁 피해, 생활고를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가디언은 “인터넷 복구 이후 온라인상에선 정치적 탄압과 전쟁의 상처를 기록하는 게시물이 대거 올라왔다”며 “사형이 집행됐거나 집행을 앞둔 사람들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졌고,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자녀의 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의 영상도 공유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대학생은 인스타그램에 “안녕, 동료 수감자들. 마치 감옥에서 잠시 가석방된 기분”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테헤란의 사진작가 마리암의 경우 정부의 인터넷 차단 조치로 6주 넘게 사진 촬영 의뢰를 받지 못해 부모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아야했다. 마리암은 가디언에 “인터넷은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모바일 인터넷은 여전히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고, 왓츠앱도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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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
특히 인터넷이 차단된 동안 물가가 폭등한데 따른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쟁 기간 동안 이란에선 식용유 가격이 전년 대비 308% 급등했으며, 닭고기 가격은 190%, 쌀 가격은 170% 상승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로 인해 한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모든 것이 너무 비싸다. 이제는 재앙 수준”이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시민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인내심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온라인상에 토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물가상승률이 68.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식품 물가의 경우 140~200% 수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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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한 여성이 미국을 규탄하는 그림이 그려진 담벽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
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란 당국는 가격 폭리 단속과 물자 부족 해소를 위해 ‘저항경제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테헤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누르는 가디언에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다가올 수 있다”며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몇 달 뒤에는 절망감 때문에 다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이란 정권은 군사, 지정학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는 비용과 장기적인 경제 침체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협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시민들 사이에선 경제난이 심화된 동시에 정권 탄압은 더 강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란 정부가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총기 사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테헤란에서는 시민들에게 AK-47 사용법을 가르치는 군사훈련 부스가 설치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권활동가 엘나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검문 업무에 동원하고 무기 훈련 장면을 방송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기관총을 든 아이들의 모습이 국영방송에 등장하면서 많은 시민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