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첨단기술 해외유출 원천봉쇄…해외투자 규제 대폭 강화

내달부터 새 대외투자 규정 시행

기술·데이터 우회 이전도 금지

위반 시 투자 중단·자산 몰수 가능

중국 연구진, 미국 겨냥 63개 수출통제 기술 제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3년 9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국경일 하루 전날 열린 제10회 순국열사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대외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에 맞서 중국도 기술 주권과 국가안보를 앞세운 방어막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은 1일 ‘대외투자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총 34개 조항으로 구성된 새 규정은 기업과 개인이 해외 투자 과정에서 국가가 제한한 기술과 데이터, 서비스 등을 당국 허가 없이 해외로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술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거나 외국 기업에 취업시키는 방식으로 제한 대상 기술과 데이터를 우회 이전하는 행위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처벌 수위도 강화됐다.

당국은 국가가 금지한 투자로 판단할 경우 투자 중단과 자산 처분을 명령할 수 있으며 불법 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투자액의 최대 1%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이 대외투자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새 규정에는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차별적 투자 제한 조치에 보복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외국 정부나 기업이 중국 투자에 제한을 가할 경우 중국도 해당 국가 기업의 투자와 시장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국가안보를 이유로 해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 거래를 불허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투자자와 해외 투자 활동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외에 있는 중국의 이익이 위협받거나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적·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투자 제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경영대학의 푸팡젠 교수는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AI와 첨단기술, 국경 간 데이터 이동과 관련한 투자를 보다 정교하게 관리하려는 조치”라며 “전기차 등 전략 산업의 해외 진출을 제한하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국 학계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기술 수출 통제 방안도 본격 논의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발전전략연구원과 중국공정물리연구원 등이 공동 참여한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63개 전략 기술 명단을 제시했다.

명단에는 첨단 소재와 양자통신, AI 하드웨어, 에너지 시스템, 바이오 기술, 항공우주 기술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위성 양자 암호화 통신, 전자기 캐터펄트 시스템, 우주 로봇, 우주공간 광통신, 양자 기기 제조, 심자외선(DUV) 발광다이오드(LED) 기술 등이 거론됐다.

연구진은 해당 보고서가 학술적 연구 성격이라며 당장 정책화될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 내에서 기술 안보와 기술 주권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CMP는 “그동안 중국의 기술 정책이 기술 확보와 산업 추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어떤 기술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중국이 기술 강국에서 기술 통제국으로 전략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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