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읽던 친구 민형배, 통합 전남광주의 미래를 맡다

[박종일 자치광장] 고교 시절 칸트 ‘순수이성비판’을 읽던 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시장 당선에 대한 무한한 축하와 함께 향후 지역 발전 당부


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시장 당선자가 4일 당선 이후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6.3 지방선거에서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당선된 민형배 당선자에게 먼저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재선 광주 광산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이번 통합특별시장 선거까지 승리하면서 그는 다섯 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정치인이 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79%에 이르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지역민들의 높은 기대와 신뢰를 확인했다.

민 당선자는 필자에게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교실 앞줄에 앉았던 친구이자 대학에서 같은 학과를 다닌 오랜 벗이다.

그와 관련해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쉬는 시간이면 그는 두툼한 철학책을 펼쳐 들곤 했다. 독일 철학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었다. 당시 필자에게는 제목조차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인간의 인식과 이성의 한계를 탐구하는 난해한 철학서를 읽던 친구의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과 문제의식을 키워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난달 후보 시절에도 그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사람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당선자와 필자는 대학 시절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서 공부했고 학교 뒤편에서 함께 자취 생활도 했다. 기자 결혼식 때는 사회를 맡아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갔다. 대학 시절 휴학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복학 이후에는 학과 활동의 중심에 섰다.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뒤에는 전남일보 기자로 전남도청을 출입하며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 도청 현장에서 지방행정의 중요성과 지역 발전의 과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득했을 것이다.

기자 출신이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이후 그는 시민사회 활동을 거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청와대 행정관 발령나 올라가고 있다”고 전해왔던 기억도 생생하다.

필자가 청와대를 출입하던 시절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광주로 내려가기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송별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민형배라는 사람의 강점은 원칙과 성실함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시절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도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의식하며 자신의 식사비를 직접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직자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몇 해 전 여의도로 그를 만나러 가던 길에 친구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형배는 참으로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오랜 세월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했다.

민 당선자는 이후 광산구청장에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했고,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친 뒤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20년 총선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인 84.0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전남과 광주 통합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끌 초대 통합특별시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됐다.

당선 소감 밝히는 민형배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전남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는 AI와 미래산업 중심 도시로 도약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AI·반도체·에너지 중심의 초광역 산업경제권 구축, RE100 기반 메가시티 조성, 시민주권정부 실현 등을 약속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을 바탕으로 남부권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선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역사적 도전이다. 초대 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시장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다. 317만 시.도민과 수많은 공직자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민 당선자가 강조한 시민주권정부 역시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만들어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오랜 친구로서, 또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민형배 당선자의 영광스러운 당선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고교 시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던 그 친구가 이제는 317만 시도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됐다.

그가 쌓아온 철학과 행정 경험,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전남광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통합 전남광주특별시가 대한민국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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