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은 행정 실패 대상 아냐” 대학가 ‘투표 용지 부족 사태’ 규탄 확산

온라인서 전국 곳곳 대학 성명 잇따라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대학가에서 규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날 연세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에는 서울 시내 주요 투표소의 투표 전면 중단 사태를 비판하며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보수 성향 단체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작성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다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소진되어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무능으로 시민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실책에 침묵하지 말고 학생 자치가 응답해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및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하는 학생총회를 즉각 직권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비대위가 이를 거부할 경우, 학생 자치 의결기구인 확대운영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단에 대한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해당 요구안은 구글 폼을 통해 연세대 재학생들의 동참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 ‘에브리타임’에 고려대학생 20학번 A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명백한 국가 기관의 무능이며,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박탈한 중대한 하자”라고 비판하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이후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한 대기자가 버젓이 남아있고, 부실행정으로 인해 강제로 투표를 포기당한 유권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투표함을 개표소로 반출하려 했다”라며 “절차적 흠결이 치명적인 투표함을 그대로 개표소로 가져가 섞어버리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은 선거의 정당성과 신뢰도를 뿌리채 흔드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에서 온 몸으로 투표함을 막아서며 공정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는 지극히 정당한 유권자 권리 행사”라며 “정치 성향의 문제도, 신념의 문제도, 좌우 지지 문제도 아니다. 소홀히 다뤄선 안 될 참정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를 향해 “숨김없이 진상을 조사하고, 유권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하라. 부실 관리된 투표 용지의 처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라”라고 촉구했다.

성균관대 20학번 학생 2명은 실명으로 공동 성명을 내 “헌법이 명시한 선거권은 그저 투표소 안에 발을 들여놓을 권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의 표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권리”라며 “그 신뢰가 붕괴되고 절차가 훼손된 선거를 우리는 결코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국가 시스템의 안일함과 무능으로 인해 국민 목소리가 이토록 허망하게 묵살 당하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라며 “우리는 참정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권리 구제와 붕괴된 선거의 정당성 회복을 위해 재투표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양대 ERICA캠퍼스 학생 B 씨도 익명으로 “재투표를 반대하는 어떤 논리도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보다 중할 수 없다”라며 “학우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함께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선관위 규탄에 나서줄 것을 독려했다.

서강대학생 C씨는 익명으로 “오늘 우리가 이 문제에 침묵한다면, 내일 우리의 권리가 침해받을 때는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선관위를 향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희대학생 익명의 D 씨는 ‘참정권은 행정 실패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우려가 철저히 해소되어야 한다”라며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선거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

D 씨는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들의 특성과 분포에 대해서도 국민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은 어떠한 정치적 편향이나 의도에 대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검증을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소중한 한 표에 대해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에브리타임에선 서울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홍익대, 가톨릭대, 인하대, 가천대, 경북대, 충북대, 전남대, 충남대, 원광대의 학생들이 익명 또는 실명을 공개하며 선관위를 향해 규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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