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무효소송까지 나온 ‘투표지 부족 사태’…국가 상대 소송 불씨는 남았다 [세상&]

국힘, 한때 선거무효 소송 가능성 강조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소송 안 할 듯
‘투표권 침해’ 국가 상대 소송 가능성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 돼…최악의 상황”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밤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최의종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선 선거무효소송 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과 비판도 거센 터라 법적 분쟁이 현실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이 유권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선거 영향 미쳤는지’ 관건…오세훈 승리로 야권발 소송 가능성은 낮아져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은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등에 마련된 총 14개 투표소에서 발생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선관위는 전날(3일) 오후 허철훈 사무총장 명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개표 중단 등을 주장하며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3일 밤과 4일 새벽 중앙선관위, 서울시선관위 등을 항의 방문했다. 장 위원장은 “선거무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244조에서 ‘선거무효의 판결 등’을 규정한다. 이 조항은 ‘소청이나 소장을 접수한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은 선거쟁송에 있어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때로 한해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있다”며 “재선거 자체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들고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으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을 때 결국 쟁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선거 무효 소송의 판결 기준 중 하나는 번복 가능성”이라며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면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역시 “근소한 차이로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사한 의견을 밝혔다.

결국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개표 결과 후보 간 득표 수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1·2위 후보자 득표 차보다 많은 경우 소송 자체가 유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야권발 소송 제기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벌어진 후 선거무효 소송을 직접 꺼낸 게 국민의힘이었기 때문이다. 당락의 윤곽이 나온 후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정원오 후보가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며 6·3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한 상황이다.

선거무효 소송과 함께 야권에선 재투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가능성 자체가 낮아졌다.

재투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97조 제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 재투표가 가능하다. 아울러 재투표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면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

선관위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선거일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발생한 이번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국가 상대로 위자료 청구 가능”


다만 법조계와 법학계에선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및 인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권이 박탈된 사람은 당연히 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건 선거 무효와는 관계없이 투표권이 침해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생겨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된 건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도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상당히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너무나 충격”이라며 “선거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 선거의 공정성이 극도로 침해된다”고 짚었다.

조 변호사 역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액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해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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