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AI 도입, 노동자 대체 수단 안돼”

현대차 노사 8차 교섭
스마트팩토리 확대 속 AI 고용불안 쟁점화
현대차 “2분기 실적 악화”
노조 “고용안정 논의해야”
간접고용·재고용 처우 놓고도 온도차 뚜렷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다. 현대차가 스마트팩토리와 AI 기반 제조 혁신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는 AI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열린 8차 교섭에서 AI 관련 현안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 노조는 “AI로 인한 고용 불안에 대비해 노사 공동 논의가 필요하다”며 “AI 도입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회사 측은 “개인정보보호법과 AI기본법 등 현행 법체계로 충분히 보호되고 있으며 AI 도입의 영향과 고용 문제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현대차 노조가 AI 문제를 임단협 주요 쟁점으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 교섭의 특징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과 미국 메타플랜트(HMGMA) 등을 중심으로 AI와 자동화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또 2028년 미국에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는 아틀라스 등 로봇 2만5000대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


이날 교섭에서는 AI 외에도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와 숙련 재고용 처우 개선, 휴가제도 확대 등이 함께 논의됐다.

노조는 간접고용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원청인 현대차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회사도 책임 있게 인정해야 한다”며 하청·간접고용 노동자 문제를 교섭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회사 측은 “임금교섭에서 금속노조 요구안을 다룰 수 없고 하청업체 노동자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실제 현대차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를 둘러싼 사용자성 판단은 지연되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일 열린 2차 심문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15일 3차 심문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판단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가늠할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노위 판단과 별개로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숙련 재고용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경력과 숙련도에 걸맞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기 호봉상승분을 숙련 재고용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노사 합의를 통해 이미 처우를 개선했으며 추가 개선은 어렵다”는 견해다.

이는 현대차가 2019년부터 운영해 온 ‘시니어 촉탁제’와 맞닿아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제도로,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줄이고 숙련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다만 제도 확대가 신규 정규직 채용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 추이


아울러 양측은 전 직군 진급 휴가 신설을 두고도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노조는 특정 직군이 아두닌 전체 조합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확대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진급 휴가는 복지제도가 아니라 책임급 인사제도의 일부”라며 직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근버스 요금 인하 요구도 제기됐다. 노조는 다른 대기업의 사례를 거론하며 복지 차원에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사측은 1995년 노사 합의에 따라 운송비의 절반을 조합원이 부담하고 있으며 현재 요금 수준도 적정하다고 맞섰다.

교섭 과정에서는 현대차를 둘러싼 어려운 경영 환경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교섭에서 “판매 실적 감소와 모비스 인도공장 화재 영향, 2분기 실적 악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렵다”며 “올해 교섭이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중심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실무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철 현대차지부장은 “금주 교섭에서 임금 및 별도 요구안 12개 안건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안건마다 진정성 있게 요구 조건을 설명했고 차수만 채우는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성의 있게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타결 시점은 결국 사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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